재래시장과 중저가 패션몰이 심각한 불경기에 시달리자 상호저축은행들이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일수대출을 잇따라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부터 일수대출의 주고객인 영세 상인들의 연체가 늘고 심지어 문을 닫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연체 30회(1개월) 초과 비율이 7~8%였으나 지난해 하반기에는 14~15%까지 올라갔다”며 “이정도 연체율이 지속되면 신규로 대출을 늘리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출한도 축소ㆍ금리 인상 잇따라=동대문과 남대문뿐 아니라 수도권 일대의 상인들까지 공략해 일수대출을 활발하게 폈던 프라임은 1인당 1,000만~2,000만원까지 나가던 일수대출의 한도를 500만원까지 축소했다. 150억원 규모의 일수대출을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는 일수대출 잔액 증가율이 지난해 7월에는 9%를 넘었지만 지난해 12월(-3.09%), 올해 1월(-7.04%)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4월 동대문과 남대문, 제기동 상권 진입을 목표로 제기동지점을 연 서울저축은행은 최근 한 가구당 신용대출 한도를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줄이는 등 대출 기준을 높여 채권관리에 치중하는 보수적인 영업을 펴고 있다. 삼화저축은행도 최근 일수대출 금리를 종전 보다 연4~10% 포인트 올려 신규 대출을 줄이는 한편 우량 고객 중심으로 기존 대출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동대문 상권을 타깃으로 지난해 12월 밀리오레 지점을 연 교원나라저축은행은 일수대출을 거의 보류한 상태다.
◇영세 상인들 사채시장으로= 한장준 삼화저축은행 사장은 “올해는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 대한 여신을 줄이고 우량 고객의 여신 비율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다수 저축은행들이 올해 최우선 경영과제로 `부실 관리`를 꼽고 있다. 대출을 10건 늘리는 것 보다 부실대출 1건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매일 물건을 판 돈으로 대출을 갚아나가는 일수대출은 하루 하루 연체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민감한 상품일 수 밖에 없다. 소비위축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시장통의 상인들이 `일수 찍기`을 거르자 저축은행들은 당장 이들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축은행에서 돈을 쓰기 어려운 영세 상인들이 갈 곳은 사채시장 밖에 없다. 동대문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지난해 일수대출로 700만원을 빌렸는데 최근 영업이 나빠져 대출상환을 며칠 거르자 독촉이 심해졌다”며 “주변에 사채를 빌려 저축은행 일수대출을 갚는 상인들을 여럿 봤다”고 말했다.
<최원정기자 ab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