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 카드·전보 이용 급감

e메일·휴대폰에 밀려 최근 3년새 20·50% 줄어


지난달 서울 송파에서 마포구로 발령받은 초등학교 교사 김모(44)씨. 전근 소식이 알려진 지난 2월 초부터 김 교사의 핸드폰은 축하와 아쉬움을 전하는 친지ㆍ학부모들의 문자메시지로 가득 찼다. 한시간이 멀다 하고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개인 e메일로도 매일 10~20여건의 인사메일이 도착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편카드나 전보는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했다. 오프라인(우편카드ㆍ전보 등 인쇄물)이 대다수를 차지했던 4년 전 전근 때와는 확 바뀐 현실에 김 교사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경조(慶弔)사가 생겼을 때 축하와 애도의 뜻을 담아 집배원을 통해 배달됐던 경조카드 및 전보가 인터넷과 통신발달로 밀려나고 있다. 20일 우정사업본부ㆍKT 등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가 취급하는 경조카드의 배달물량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2003년 314만5,000건에 달했던 우체국의 경조카드 배달물량(연간)은 지난해의 경우 251만3,000건으로 뚝 떨어져 최근 3년 사이 20% 이상 감소했다. 올 들어 1~2월 두달 동안에도 57만3,000건에 그쳐 전년동기 대비 10%가량 축소됐다. 우체국 경조카드는 우정사업본부가 바쁜 일상생활 때문에 직접 찾아가서 축하나 애도를 표하기 힘든 고객을 위해 우편물로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 수취인에게 배달해주는 것으로 98년 8월에 시작됐다. 우정사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3~4년 전만 해도 인사철인 연말 연초에는 경조카드 배달물량이 상당했으나 요즘에는 SMS(휴대폰 문자메시지)나 e메일이 보편화된 탓에 이용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비슷한 서비스인 KT의 ‘115전보’의 이용건수도 2003년 8,200건에서 지난해에는 4,100건으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KT는 이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최근 기념일 축하 꽃, 선물배달 등 부가서비스로 신규 고객창출에 노력하고 있지만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교사 김씨는 “카드나 전보물을 보기 힘든 건 빠르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지만 인간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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