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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에 위치한 프리미엄 푸드마켓인 신세계SSG에선 개장(오전 10시) 전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명 한정판인 '황금 계란'을 사기 위해서다. 이 매장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강원도 화천에서 뛰노는 토종닭의 달걀을 당일 직송해 판매한다. 매일 새벽에 수거해 검란 및 포장 작업을 거쳐 첫 번째 서울발 버스로 직배송된 것이다. 1팩에 4개들이 3,200원짜리 이 'SSG새벽란'은 하루 평균 20팩(1팩에 4개)만 준비돼 대부분 점심 전에 소진된다.
심혈을 기울여 한정 생산으로 몸값을 높인 고가의 하이엔드 먹거리가 불황 속 무풍지대를 달리고 있다. 이들 '귀족 제품'은 수작업으로 극소량만 생산돼 일반 매장에서는 만날 수 없고 명품 식품관 등에만 가끔 '출몰'하는데다 입소문을 통해서만 알려져 접근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웰빙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차별화된 고급 먹거리를 찾아 지갑을 여는 소비자 덕에 일명 '상위 0.1%의 먹거리'는 불경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달 대상 청정원의 천일염 브랜드 '신안섬보배'에서 5,000병 한정으로 출시된'소금의 꽃'은 보름간 100여병이나 팔렸다. 80g에 4만5,000원으로, 시중 천일염보다 무려 100배나 비싸다. 이 제품은 처음 바닷물을 가두고 천일염 생산을 시작한 새 염전에서 아주 가끔 극소량씩 발견되기 때문에 세계 갯벌 천일염 연간 생산량(45만톤) 중 단 0.000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정판인 청정원의 '찹쌀발아현미고추장'은 발아현미에 황토방에서 띄운 메줏가루와 벌꿀 등 100% 국내산 최고급 원료로 만들어 SSG 등 고급 식품관에서만 가끔 눈에 띈다. 2.5kg에 11만5,000원으로 청정원 순창고추장 보다 10배나 비싸다. 6개월의 별도 숙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1년에 3~4차례 1,000여개 물량이 고작이다. 지난해 11월 청룡영화제 황정민과 한효주 등 유명 배우들에게 선물로 주어져 화제가 된 바 있다.
동원 F&B가 올 초 선보인 '양반 명장지선'은 10매입 10봉이 15만원에 달한다. 한 장 가격이 무려 1,500원 꼴. 청정바다 신안에서 자연재배방식인 지주식으로 기른 잇바디 돌김으로 1년 중 한 번만 수확이 가능해 설에만 만날 수 있다.
대중화된 홍삼에도 '황제식'이 있다. '하늘이 내려준 인삼'이란 의미의 '천삼(天蔘)'이 그 것. 외형·내부조직 등의 기준상 최상급으로, 전체 홍삼 생산량의 0.5%에 불과하다. KGC인삼공사의 지난해 천삼 생산량은 820개로, 가격은 620만원(천삼10지 600g 기준)에 이른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천삼을 구입하려면 최소 3~4개월은 대기해고 중국에서는 두 세배 가격으로 거래될 정도"라고 전했다.
한국야쿠르트의 흰우유 '내추럴플랜(930㎖·8,500원)'은 옥수수 등 곡물 사용을 최소화한 대신 목초 함량을 높인 사료를 먹인 젖소에서 생산된다. 가격은 일반 우유의 3~4배 수준으로 오메가3 함량이 2.6배, 비타민A는 2배, 비타민D와 칼슘이 15~20% 씩 높다. 매일 2만여개로 한정돼 있어 야쿠르트아줌마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제품을 받아 볼 수 있고, 매일 완판된다.
갤러리아명품관 식품매장 고메이494는 이달 초부터 '올리비에&코'에서 나온 '만티네아 오일(250㎖·1만9,000원)', '토마토 케첩(330g·1만7,000원)', '마요네이즈(180g·1만3,000원)' 등 프리미엄 식재료를 팔기 시작했다. 케첩의 경우 오뚜기(300g·1,090원) 제품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비싼 편이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최고급 식재료 중심의 '황제 식탁'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고급 수입 식자재 품목을 더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