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대표, 물러나는 것 맞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진퇴를 둘러싸고 당내에 말이 많다.임태희 대표비서실장은 16일 “전날 최 대표가 `18일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23일 전당대회를 불과 5일 앞두고 대표 대행체제로 가는 것도 모양이 이상하지 않느냐”며 최 대표가 전당대회 현장에서 공식 사퇴할 생각임을 전했다. 새 대표가 뽑히는 순간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얘기다. 최 대표는 지난 달 22일 대다수 소속 의원들의 압력에 밀려 `전당대회 직후 사퇴`를 선언한 뒤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대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각종 회의 주재와 공천장 수여는 물론,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는가 하면 15일에는 새 대표 몫으로 여겨졌던 대변인까지 임명했다. 때문에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의원들 사이에는 “의원들에 의해 심판이 내려진 대표가 자꾸 전면에 나서는 것은 당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최 대표의 사퇴약속을 계기로 당의 변화를 기대했던 국민은 평소와 다름 없는 최 대표의 위상을 보면서 헷갈렸을 것”이라며 “당은 지난 20일 동안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엄연히 대표인 사람을 무턱대고 뒤로 물러나 있으라고 할 수도 없었던 게 이들 의원의 고민이다. 최 대표에 대한 논란은 23일 퇴임 후에도 끝날 것 같지 않다.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최 대표가 전국구 후보로 복귀하는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 때문이다. 적지 않은 의원들은 최 대표의 일련의 적극 행보가 이를 위한 자락깔기라며 경계하고 있다. 최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당규상 대표가 전국구 후보 선정을 위한 공천심사위원을 임명하도록 돼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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