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하오는 백84로 대마를 살렸다. 모진 고난을 당하긴 했지만 어쨌든 대마는 살았다. 이세돌은 선수를 뽑아 흑85로 달려갔다. "흑의 호조입니다."(홍민표) "우변의 백대마를 살리는 과정에서 백이 포인트를 너무 많이 잃었어요."(강동윤) 흑87까지만 두어놓고 이세돌은 모처럼 장고에 들어갔다. "계속해서 상변의 흑진을 키울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겁니다. 키우기가 조금 겁나거든요."(강동윤) 강동윤은 애초 흑85로 걸쳐간 착상이 다소 이상했다고 지적했다. 차라리 참고도1의 흑1로 침입하는 편이 나았다는 주장이었다. 그것이면 백12까지가 거의 필연인데 좌변에 흑의 실리가 상당히 불어나므로 이 코스가 흑으로서는 가장 실속있는 길이라는 얘기였다. 실전은 좌상귀의 백진에 20집의 실리가 붙었을 뿐만 아니라 흑의 다음 행보가 마땅치 않다. 내친 걸음이라고 참고도2의 흑1에 키우자니 백2의 침입이 뻔히 보인다. 흑3으로 백이 넘어가는 수단을 방지해야 하는데 백4가 놓이면 흑이 과연 이 백을 잡을 수가 있을까. "못 잡겠는데요."(강동윤) 이세돌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작전을 수정했다. 하변의 실리를 최대한 차지하고 나서 상변은 공격권을 백에게 넘겨주기로 한 것이다. 창하오는 지체하지 않고 백94로 들여다보고 100으로 모양을 갖추었다. "백이 상변을 공유지로 만들 수만 있으면 미세한 계가바둑이 될 겁니다. 백도 좌상귀를 최대한으로 확보한 입장이므로 집으로는 대항할 만합니다."(강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