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장관, "경제살리기 도움 된다면 기업인 사면도 검토해야"

기조변화 시사
법무부 확대해석 경계 불구… 재계 "기회 주나" 기대감

/=연합뉴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유죄 판결을 받은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사면·가석방 가능성을 내비쳤다. 법무부는 뒤늦게 "누구나 요건을 갖추면 가석방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얘기"라고 해명했지만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기업인 사면은 엄격히 제한한다'는 기존의 기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황 장관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인이라고 가석방이 안 되는 건 아니다"라며 "잘못한 기업인도 여건이 조성되고 국민 여론이 형성된다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경제에 국민적 관심이 많으니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는 케이스라면 일부러 (사면 등을) 차단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며 "지금은 그런 검토를 심도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정부는 기업인을 포함한 사회지도층에 대한 사면과 가석방을 엄격히 제한해온 터라 황 장관의 발언은 이 같은 기조의 변화를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법무부는 지난해 7월 가석방심사위원회까지 통과한 모범수였던 박연차(67) 전 태광실업 회장의 가석방을 최종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법무부는 그해 8월13일 새로운 가석방 정책을 발표하면서 사회지도층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원칙적으로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사면·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인 총수로는 최태원(54) SK그룹 회장, 이재현(54) CJ그룹 회장, 이호진(52) 태광그룹 회장 등이 있다. 회삿돈 횡령으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최 회장은 1년8개월째 수감중이며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이재현 회장은 상고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징역 4년 6월을 선고 받고 병보석 상태다.

황 장관의 발언에 대해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가석방 등에 있어 '특혜 없는 공정한 법집행' 기조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현재 국민 여론을 봤을 때 당장 기업인 총수에 대한 가석방 등이 가능하겠냐는 취지의 말이 와전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경제계에서는 황 장관의 발언에 대해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죗값은 마땅히 치러야 하겠지만 기업 총수들을 무조건 구속하는 것보다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면 경제 살리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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