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김모(65)씨는 10억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김포 부근에 공시지가 10억원, 매도호가 20억원인 1,322㎡의 땅도 갖고 있다. 은퇴 전 모아뒀던 노후자금이 바닥난 김씨는 땅을 팔려고 내놓았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매도호가를 5억원이나 낮췄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땅을 팔지 못했다. 자산은 많은데 정작 생활은 쪼들리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반면 정모(63)씨는 시가 5억원 아파트에 산다. 2억원짜리 은행예금에서 매달 이자수익을 내고 있고 연금보험에서 100만원을 받는다. 국민연금을 더하면 매달 200만원에 가까운 돈을 꾸준히 손에 쥐고 있다. 전체 자산은 정씨가 김씨보다 적지만 매달 현금흐름은 정씨가 더 나은 셈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자산이 많은 국가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보여주듯 아파트 등에 투자하면 절대로 손해보는 일이 없었다. 1~2년 만에 몇 억원이 뛰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자연히 노후준비도 부동산이 중심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은 부동산에 쏠려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8%에 이른다. 반면 금융자산은 22%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 가계에서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35%에 머물렀다. 금융자산은 65%에 달했다. 부동산 버블 붕괴를 이미 경험한 일본도 가계에의 금융자산 비중은 59%에 이른다. 선진국 가계가 금융자산을 선호하는 것은 부동산에 비해 현금화가 쉬워 은퇴 이후 소득감소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서다. 프라이빗뱅커(PB)들은 부동산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는 재테크나 노후대비 측면에서도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도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서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인구가 오는 2018년을 정점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부동산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어 가격폭락이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고가의 아파트만 믿고 있다가 정작 돈이 필요할 때 팔리지 않거나 헐값에 내놓아야 한다면 노후대비 계획은 어그러지기 십상"이라며 "부동산에 '올인'하기보다는 금융자산과의 비중을 5대5 정도로 가져가는 것이 적당하다"고 강조했다. 수익형 부동산도 리스크가 따른다는 지적도 있다. 수익성 부동산만 보유할 경우 상권변화나 경기악화로 예상치 못한 공실(빈 사무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숙 기업은행 영업부 PB팀장은 "은퇴를 앞둔 고객들은 대부분 부동산 자산을 많이 갖고 있다"며 "금융자산 비중이 많을수록 좋지만 은퇴생활자의 경우 부동산과 금융자산 보유비중을 5대5에서 6대4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