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자리 "지켜라" "뺏어라" 혈투
[韓·日 산업열전] 2. 반도체
"한국과 일본은 영원한 맞수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게자들의 말이다. 일본을 실?뮌막? 꺾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랐지만 이게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업체들의 공세는 파상적이다.
차세대 제품인 256·512메가 시장을 겨냥한 뒤집기에 나섰다. D램사업의 분사와 통합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을 능가할 거대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시장을 선점, 한국을 따라잡겠다는 구상이다.
◇주도권을 잡아라=일본의 NEC와 히타치는 D램사업을 통합, 합작사인 '엘피다'를 세웠다. 엘피다는 올해초부터 12인치 라인 건설에 나섰다. D램경기가 불투명하지만 일본의 공세는 D램의 왕좌자리를 빼앗기 위한 의욕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시바도 경쟁력 강화와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부문의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 과거 4메가 시장에서 세계 1위로 군림했던 도시바는 옛영화를 되찾기 위해 12인치 라인 양산을 오는 2002년 하반기로 잡는 등 256메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자금력에서 한국을 압도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도시바의 반도체부문 가치를 32조원으로 평가했다. 상장 후 30%의 지분만 팔아도 10조원의 자금을 마련하는 셈이다.
◇정면으로 맞선다=삼성전자의 전략은 한마디로 불사항전(不死抗戰). 삼성 관계자는 "D램시장 1위를 차지하면서 주도권을 쥔 프리미엄이 얼마나 큰 것인지 실감하고 있다"며 "불황일수록 공격적인 투자로 정상을 지키고 후위업체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D램의 제조원가를 64메가 2달러, 128메가는 5달러까지 낮추기로 했다. 또 현재 0.17미크론 회로선폭 미세화 기술을 내년 2·4분기부터 0.15미크론으로 개선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현대전자도 다른 분야는 포기하고 반도체에 힘을 집중하기로 하면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판도변화의 관건으로 떠오른 중국시장=일본업체들은 '한국 타도'의 핵심전략으로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
NEC는 90년대 중반부터 중국의 최대 철강회사인 수도철강과 손을 잡고 6인치 조립공장을 세운 데 이어 16메가 D램 팹(칩 양산라인)을 구축했다. 도시바·히타치·후지쓰 등도 합작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쑤저우에 반도체 조립공장을 갖고 있으나 아직 중국에 대한 정확한 투자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전자는 자회사인 칩팩을 미국의 투자그룹에 매각, 중국진출의 거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시장은 올해 240억달러로 두배 가량 커지면서 앞으로 세계시장 재편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일본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는 셈이며 이에 따른 한·일 반도체 전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