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사진) 산은금융그룹 회장이 최근 불거진 한국GM 군산공장 사태(한국에서 신형 크루즈 모델을 생산하지 않기로 한 결정)와 관련해 임직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이는 한국GM의 지분 17%를 보유한 2대주주 산업은행이 GM 측의 사실상 감산 결정에 대해 비토(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업계의 논란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 회장은 본지의 '한국GM 군산공장, 크루즈 후속모델 안 만든다' 기사가 나간 직후 GM의 결정에 대한 반대 여론이 일자 산업은행 임직원들에게 이에 대한 어떠한 코멘트도 하지 않을 것을 지시했다. 산업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GM의 방침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강 회장이 임원들에게 그와 관련한 물음에 '노코멘트'로 일관하라고 했기 때문에 어떠한 말도 해줄 수 없다"며 "다만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는 한국GM 지분이 17%밖에 안 되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입장이 제한적"이라고 답했다.
실제 한국GM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1대 주주인 GM의 결정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안은 한국GM 자산 5% 이상의 매각 및 이전 등에 한정된다. 한국GM 군산공장이 크루즈 후속모델을 생산하지 않는 것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신형 크루즈를 만들지 않고 글로벌 GM의 다른 계열사가 이 모델을 생산할 경우 궁극적으로 자산 5% 이상의 매각 및 이전 결과를 낳게 된다"며 "산업은행이 충분히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산업은행은 신중한 모습이다. 산은 측은 GM의 이번 결정을 자산 5% 이상의 매각 및 이전의 범주로 보는 것은 조항을 너무 포괄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비토권 조항을 넣었던 이유가 국가 경제에 끼칠 수 있는 악영향을 막기 위해서였던 만큼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국가 경제 및 국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모토로 하는 산업은행이 GM의 이번 결정에 이처럼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도 아닌 은행이 특정 사안에 대해 이처럼 침묵하는 경우는 드문 사례"라며 "팀 리 GM 해외사업 부문 사장 겸 한국GM 이사회 의장과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지난달 강 회장과 만나 산은이 보유 중인 한국GM지분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이 자리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 군산시와 시의회ㆍ상공회의소 등은 GM의 이번 결정에 대해 철회를 촉구하며 연대에 나섰다. 한국GM 본사를 방문해 호샤 사장과 면담하는 등 GM 결정의 철회를 외치며 동분서주하고 있는 문동신 군산시장과 강태창 군산시의회 의장 등은 이날 군산시청에서 GM 결정의 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문 시장은 "군산공장이 크루즈 후속모델 생산공장 리스트에서 제외된 것은 군산공장과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는 1만1,000여명의 생존권과 직결된 만큼 힘을 모아 GM의 철회방침을 반드시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