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의 추억은 잊었다… 타향서 마지막 구슬땀

프로야구 10개 구단 전훈서 숨은 진주·실전 감각 찾기
3월 28일 개막 앞두고 컨디션 조절… 삼성 구자욱 올 히트상품 급부상
작년 불운 SK 윤희상 부활투 선봬… 넥센 윤석민 유격수 전향 담금질
NC 모창민은 첫 20홈런 기대감


'오키나와·규슈로 헤쳐모여!'

프로야구 각 구단이 설을 전후로 본격적인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2차 캠프로 이동, 실전 위주의 훈련으로 오는 3월28일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1차로 미국 애리조나에서 훈련하고 2차 전지훈련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실시하는 구단이 가장 많다. 뜨거운 태양을 찾아 미국으로 갔다가 현지 프로팀과 연습경기 일정을 잡기 쉬운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오키나와·규슈는 2월 낮 기온이 섭씨 15도 이상이라 운동하기 딱 좋다. 2차 캠프를 오키나와에 차리는 구단은 6개나 된다. 롯데와 kt는 가고시마, 두산은 미야자키에 머문다. NC는 미국에서만 훈련하는 유일한 구단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대부분 데뷔 이후 설 연휴를 가족과 보낸 기억이 없다. 해외 전훈지에서 팀 동료들과 맞는 게 자연스럽다. 구단에서는 명절음식을 준비하고 윷놀이 등 전통놀이를 장려하는 것으로 설 분위기를 띄운다. 합동 차례를 지내는 곳도 있다. 물론 설이라고 휴일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과 관계없이 스프링캠프는 3~5일 훈련, 하루 휴식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2015년은 나의 해=한 해 농사를 결정하는 스프링캠프를 보면 올 시즌을 빛낼 스타가 보인다. 삼성 야수 구자욱(22)은 잘생긴 용모와 류중일 감독의 '히트상품' 발언으로 1군 데뷔도 하기 전에 스타가 됐다. 지난 2012년 입단 이후 2군에서만 뛴 그는 군 복무(상무) 뒤 전역해 올 시즌 주전을 노린다. 상무에서 지난해 2군 남부리그 타격왕(0.357)에 오르고 도루도 27개 성공한 구자욱을 류 감독은 일찌감치 "2015년 삼성의 히트상품"이라고 찍었다. 구자욱은 일본팀들과의 연습경기에서 매 경기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치고 있다. 그중에는 만루홈런도 있었다. 이대로라면 주전 1루수나 외야수로 개막전부터 뛸 가능성이 크다.

SK 투수 윤희상(30)은 불운과의 이별을 선언했다. 16일 일본 야쿠르트와의 경기에서 선발 2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재기 가능성을 확인했다. 성적보다 통증 없이 던졌다는 사실에 SK는 반색하고 있다. 오른손 투수 윤희상은 지난해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두 번이나 타구에 맞아 5월에 시즌을 접어야 했다. 급소에 공을 맞아 열흘여를 쉬어야 했고 이후 또 타구에 맞았는데 이번에는 오른손가락 골절이었다. 윤희상의 공백은 결국 SK의 4강 탈락으로 이어졌다. 2012년 10승, 이듬해 8승을 거두고 2년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은 윤희상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다면 군 복무 뒤 마무리로 돌아온 정우람(30)까지 더해 SK는 4강 이상을 노릴 만하다는 평가다.

넥센 내야수 윤석민(30)은 애리조나 1차 캠프 때부터 유격수 훈련을 해왔다. 원래 3루 또는 1루를 맡았으나 유격수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포스트 강정호'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지난해 두자릿수 홈런으로 장타력은 검증을 마친 상황. 문제는 수비다. 염경엽 감독의 평가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잘 따라와 주고 있다"는 정도. 21일부터 오키나와에서 시작될 '실전 모드'에서 내구성을 키운다면 올 시즌 '강정호급' 활약도 기대해볼 만하다. NC 모창민도 올해 만개가 예상되는 서른살 내야수다. 세 차례 연습경기에서 3홈런을 몰아쳐 데뷔 첫 20홈런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애리조나 1차 캠프를 마친 NC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유명 대학팀과의 연습경기를 시작으로 로스앤젤레스 2차 캠프에 돌입한다. 20일에는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소속 선수들과의 경기도 잡아놓았다.

◇자나 깨나 부상 조심=삼성 내야수 조동찬(32)은 왼 무릎 통증으로 오키나와 캠프를 중단하고 귀국했다. 병원 검진 결과 연골 손상 진단이 나왔고 23일 수술대에 오른다. 고질병인 무릎 통증에 다시 발목을 잡힌 것. 시즌 초반 전력 이탈이 불가피해 보인다.

각 구단 캠프에 부상 경계령이 떨어졌다. 조동찬뿐 아니라 한화 핵심 내야수 정근우(33)는 연습경기를 하다 아래턱뼈 골절상을 당해 조기 귀국했다. 4주 진단을 받아 시즌 준비에 차질이 빚어졌다. 두산 마무리 후보 노경은(31)도 훈련 중 타구에 얼굴을 맞아 18일 귀국한다. 올 시즌은 팀당 경기 수가 종전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늘어나기 때문에 시즌 전 부상은 어느 때보다 치명적이다. 2차 캠프에서 주전 경쟁이 본격화하면 부상자는 갈수록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가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한편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은 프로야구는 연습경기도 지난해부터 TV로 생중계된다. IPTV 채널 SPOTV가 22일부터 11경기를 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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