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제일모직 터 헐값매각 위기

대구 도심의 금싸라기 땅인 옛 제일모직 터 2만여평이 헐값에 매각될 위기에 빠졌다.21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토지공사 경북지사는 대구 도심 최대 노른자위 땅인 옛 제일모직 자리(대구시 북구 칠성동) 2만2,000여평(감정가격 679억5,000만원)을 수의계약을 통해 2년 무이자 분할납부로 4월말까지 매각키로 했다. 토공이 제시한 이 같은 조건은 제일모직 자리가 갖고 있는 가치에 비해서는 파격적이라는 것이 지역 부동산업계는 물론 토공 스스로도 인정할 정도다. 외환위기의 절정이었던 지난 98년 토지공사가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삼성물산에서 553억원(평당 253만원)을 주고 매입한 이 땅은 당시 11.56%의 고금리를 부담한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금융비용만도 200억원 이상 투입됐다. 또 여기에 아파트를 건립할 경우 3,000세대 이상 입주가 가능한 대단지인 데다 할인점 등 각종 편의시설이 밀집된 도심에 위치해 있어 최소한 750억원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이 토지가 이처럼 좋은 조건을 갖고 있고 실제로 L사, H사 등 굴지의 주택업자들도 매입을 적극 희망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이번 수의계약에 앞서 지난 2000년 6월(감정가격 712억원) 등 두차례에 걸쳐 입찰에 붙였으나 모두 유찰됐다. 건설업계가 이곳을 투자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하면서도 이처럼 유찰된 것은 단지를 가로 지르고 있는 도랑 788평 때문이다. 이 도랑의 상당부분은 정부(농림부) 소유여서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삼성물산 소유의 188평이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도랑은 토공이 거래 당시 수익성이 없는 도로, 하천, 구거를 매입하지 못하도록 한 자체 규정 때문에 매입하지 못한 땅이다. 특히 이 곳에 눈독 들이고 있는 업체들도 이 터를 그룹의 모태로 생각하는 삼성이 쉽게 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삼성 역시 이 땅을 아파트용지로 매입할 의사는 비추고는 있지만 삼성상용차 퇴출로 불거진 지역의 '안티삼성' 분위기를 핑계로 내세워 헐값에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토공 관계자는 "구입 당시 애매한 규정과 미숙한 대처로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며 "이 땅을 당초 기대 보다 싼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 불가피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김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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