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엔화, 달러당 107엔 붕괴

日엔화, 달러당 107엔 붕괴"경기회복" 주장불구 환시 냉담 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오전장 내내 107엔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물며 지난 5일 종가인 106.39엔를 크게 밑돌았다. 이에 앞서 5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장중 한때 107.20엔을 기록, 지난달 12일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4일 일본은행이 단기경제관측지수(단칸·短觀)를 통해 경기 회복 추세의 근거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엔화가 급작스레 하락세로 돌아선 데는 단칸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외국인 투자세력은 이번에 발표된 단칸지수가 견실한 경기회복 기조를 나타내지는 않았다고 해석, 4일 독립기념일로 휴장한 뉴욕 외환시장이 5일 열리자마자 엔화 매도에 나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본은 경기 자율회복이 눈앞으로 다가왔다고 자체 판단하는 반면, 외부에서 바라보는 일본 경기는 아직 불안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일본은행이 오는 7월17일 열릴 정책위원회에서 16개월만에 제로금리 정책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흔들리면서 「7월 금리유지설」이 돌기 시작한 것. 4일 단칸이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을 시사한 직후 일본 금융계에선 7월 중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한껏 고조됐다. 하지만 5일 출범한 2차 모리 내각은 경기 부양에 정책초점을 맞추겠다며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기에 공휴일을 지낸 미국이 시장 문을 열자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5일 『일본 정부가 경기회복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며 간접적으로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에 제동을 걸어「제로금리 해제」에 찬물을 끼얹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8일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열리는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 서머스 장관이 일본 정부관계자들에게 제로금리 유지를 직접 요구한다면 엔화 가치는 앞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쿄지점의 외환담당 임원인 하세가와 가즈테루는 『다음주 중 엔화가 달러당 108.50엔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경제학자인 데스몬드 서플은 『21일 오키나와(沖繩) 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일본 경기 부양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이 발표되면 금리를 올리기는 더 어려워진다』며 『때문에 일본은행이 회담 전인 17일 독자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외환시장에선 순식간에 엔고현상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남은 문제는 일본은행이 일본정부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압력에 맞설 수 있을지 여부. 금리 정책의 가닥이 잡힐 때까지는 엔화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입력시간 2000/07/06 19:15 ◀ 이전화면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