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기 전이 차단 대책 만들라

MK, 해외법인장 회의 긴급 소집
시장별 상황 변화 예측 차별화된 대응전략 주문
'시나리오 경영' 돌입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5일 "유럽 재정위기가 다른 지역으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한 시장별 선제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긴급 주문했다. 이에 따라 현대ㆍ기아차는 '시나리오 경영'에 돌입한다. 특히 세계 주요 시장의 변화 방향을 상황별로 설정하고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정 회장은 유럽발 경제위기의 여파가 다른 시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당초 오는 7월 예정이었던 법인장 회의를 한달 앞당겨 이날 소집했다. 시장별 종합 대응책을 하루 속히 마련하기 위해서다.

정 회장은 회의에서 "지금까지 사전에 위기 대응을 철저히 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했지만 앞으로가 중요하다"며 "유럽 위기 여파에 따른 시장별 상황변화를 예상하고 차별화된 대응방안을 만들라"고 역설했다. 특히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등 창의적인 마케팅으로 위기를 극복했듯이 이번 유럽위기 또한 선제적 대응을 통해 도약의 계기로 삼아달라"고 법인장들을 독려했다.

정 회장은 이미 이달 초 현대차와 기아차 각각 정의선ㆍ이형근 부회장을 필두로 한 관련 경영진을 유럽에 급파한 바 있다. 정 회장이 정 부회장과 이 부회장에게 준 메시지는 "현지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응책을 수립, 유럽 위기는 유럽에서 차단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독일의 현대차 유럽 판매법인에서 독일ㆍ프랑스ㆍ영국 등 주요국 판매법인장들과 함께 향후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유럽의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올 하반기 'i20' 부분변경 모델, 신형 '싼타페' 등을 출시할 계획이어서 창의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법인장들과 머리를 맞대고 토론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현대차 체코공장을 찾아 신형 'i30'의 생산품질도 집중 점검했다.

이 부회장도 독일의 기아차 유럽 판매법인과 슬로바키아 생산기지를 차례로 방문, 판매법인장들과 위기 돌파 방안을 논의하고 생산라인을 꼼꼼히 살피고 돌아왔다.

이날 정 회장이 예정을 한달 앞당겨 해외 법인장 회의를 소집한 것은 유럽에 다녀온 정 부회장과 이 부회장으로부터 현지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유럽 위기가 장기화하면 유럽의 차 판매가 두자릿수 이상 감소하는 것은 물론 미국ㆍ중국ㆍ인도ㆍ러시아 등의 차 시장도 연쇄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지난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 각국에서 이뤄진 경기 부양 목적의 자동차 산업 지원 정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유럽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 대부분의 재정이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한편 현대ㆍ기아차는 유럽 시장의 기존 강자들이 경제위기로 움츠러들 때 집중 마케팅을 벌여 상대적 시장우위를 노린다는 '역발상 전략'이 적중해 현재까지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5월 유럽 전체 차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감소한 가운데서도 현대ㆍ기아차 판매대수는 15.7% 증가했고 점유율도 5.8%를 기록해 올해 처음으로 6%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전체로도 판매량이 13.8% 증가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이같이 물량이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정회장이 해외 법인장들을 긴급 소집한 것은 내실강화와 고객만족을 위해 안주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해석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