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폐업] 의료사고 손배소 잇따라

[집단폐업] 의료사고 손배소 잇따라조기출산 사망 신생아부모등 제기 「의료 대재앙」이라는 의사들의 집단페업은 막을 내렸으나 6일간의 집단페업 기간 중 의료사고로 인한 시민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일 인천에서 분만촉진제를 맞고 조기 유도분만으로 사망한 아이의 아버지인 이유근씨는 26일 조산을 권고한 인천 S산부인과 원장 김모씨와 대한의사협회를 상대로 1억4,000만여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제출했다. 또 폐업에 들어간 병원의 진료거부로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해 22일 국립의료원에서 사망한 정모씨의 유족인 장랑금씨도 같은 날 서울 D병원장 김모씨와 김재정(金在正) 대한의사협회장을 상대로 1억5,000만여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이들은 소장에서 『金의협회장은 의료계의 집단폐업을 주도했으며 병원장들도 의협의 지시에 따라 진료를 거부하거나 조기분만을 유도, 결국 사망하게 했기 때문에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직무유기에 따른 과실치사 혐의로 곧 金의협회장과 신상진 의쟁투위원장을 고소하기로 했다. 정모씨는 집단폐업 이후 병원의 진료거부로 12시간 동안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급성심부전증으로 22일 오후 사망했으며 조산아의 산모는 폐업을 앞두고 분만차질을 예상한 병원장의 권유에 따라 분만촉진제를 맞고 예정보다 일찍 아기를 출산했으나 19일 아기가 뇌사상태에 빠진 뒤 결국 숨졌다. 한편 24일 박모씨는 『병원이 진료를 거부해 정신적·육체적으로 피해를 보았다』며 서울 K대 구로병원 원장과 담당의사를 상대로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1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출한 바 있다. 이밖에 「의약분업을 위한 시민운동본부」 피해고발센터에 50여건의 피해제보가 이미 접수된 상태라 조만간 유사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숨졌을 경우 이에 대한 구체적인 판례가 없는 상태여서 앞으로 법원의 판결이 주목된다. 민사재판을 통해 피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아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법조인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전문가들도 원고측에서 의사의 진료거부와 환자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원고측 소송대리인인 서상수(徐相守) 변호사는 『급성신부전증 환자였던 정씨의 경우 응급처치만 받았더라도 생존할 가능성이 있었던 만큼 의사의 책임을 증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신현호(申鉉昊) 변호사는 『제때 진료만 받았더라면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적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 인과관계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해 소송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곤기자MCKIDS@SED.CO.KR 입력시간 2000/06/26 17:39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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