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도 붙은 주식형 펀드, 외국인 제압하나.’ 주식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시총 기준 42%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하지만 주식형 펀드를 등에 업은 기관의 힘도 만만찮다. 최근에는 펀드 자금 유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기관이 외국인을 압도하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어 수급 호전이 예상된다. 22일 외국인이 1,4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는 26.80포인트나 급등했다.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도 원인이지만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대규모 순매수가 지수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14조원이 넘는 주식형 펀드의 실탄을 갖고 있는 투신권은 이날 1,700억원 이상 순매수하는 등 기관은 모두 2,500억원을 넘는 주식을 사들이면서 지수상승을 이끌었다. 김승한 CJ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이 매도로 전환하면서 이를 받아낼 주도적인 매수주체가 없어 지수하락이 이어졌다”며 “하지만 8월 이후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속도에 가속도가 붙은 점을 감안할 때 증시에서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재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식형, 최근 5일 하루 700억원 유입=주식형 펀드의 유입속도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 7월 한달간 일평균 302억원 유입에 그쳤던 주식형 펀드는 8월 들어 508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주식형 펀드 수탁액이 14조원을 넘어선 뒤에는 속도가 더 빨라져 최근 5일간 하루 평균 74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월말~월초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740억원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김세중 한국증권 연구원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부동산대책 가운데 적립식 펀드의 세제혜택 부여 문제”라며 “세제혜택을 줄 경우 연말정산을 앞둔 제2의 적립식 펀드 전성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협회의 한 관계자도 “최근 5일간 보이는 유입세는 지난해 이후 가장 많다”며 “고강도 부동산대책, 세제혜택 등의 가능성으로 인해 적립식 펀드로 돈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형 펀드 업고 기관 매수 주도세력으로 부상하나=지수 1,100포인트가 깨진 이유 중의 하나가 외국인의 차익매물을 받아줄 수 있는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16일부터 19일까지 외국인은 3,447억원을 내다팔았다. 같은 기간 기관은 1,082억원을 내다팔면서 지수하락에 동조했고 다만 투신권이 1,56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지수 낙폭을 줄였다. 하지만 주식형 펀드 자금의 유입속도가 월말~월초를 능가하면서 기관의 포지션을 매수로 돌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18일까지 주식형펀드 수탁액 증가분은 월 평균치를 넘어선 6,610억원에 달하면서 매우 빠른 증가속도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지수 조정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차익실현’을 위한 외국인의 매도세가 한동안 더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주식형 편드의 자금 유입은 지수하락을 막아주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한 연구원은 “월말이 가까워질수록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매수 유입은 강화됐었다”며 “여기에 부동산대책에 대한 기대심리도 수급 측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기관의 방어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