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IMF "법인세 올려라" 아일랜드 "경제주권 침해"

구제금융 조건 등 놓고 줄다리기
포르투갈·스페인은 "불똥 튈까" 전전긍긍

아일랜드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사실상 수용하기로 하면서 양측 간의 긴축재정 강도, 대출조건과 규모 등을 둘러싼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EU와 IMF는 재정건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일랜드의 낮은 법인세율 인상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태세여서 경제정책 자율성을 지키려는 아일랜드와 한바탕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이와 함께 잠재적 재정위험 국가인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아일랜드 구제금융의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들 나라는 "우리는 구제금융이 필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위험 조짐이 나타날 경우 즉시 EU 회원국 공세의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부터 시작되는 아일랜드 정부와 EUㆍIMF 합동팀의 구제금융 협상을 앞두고 현재 12.5%인 법인세율의 인상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와 IMF는 아일랜드가 재정적자를 신속히 줄이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상 등을 통한 세수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아일랜드의 낮은 법인세율에 불만을 가진 독일과 프랑스 출신의 EU 관계자들이 법인세 인하를 강력히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유럽 일부에서는 아일랜드의 낮은 법인세를 (외자) 약탈행위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EU에서 가장 높은 프랑스(34.4%)를 비롯해 이탈리아(31.4%), 독일(29.8%), 영국(28.0%) 등에 비해 매우 낮다. EU 평균(23.3%)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이다. 아일랜드는 그간 낮은 법인세율을 바탕으로 인텔ㆍ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과 대형 투자기금들의 거점을 대거 유치, 경제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아일랜드 정부는 경제주권 차원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메리 코플란 아일랜드 부총리는 전일 의회에 출석해 "(법인세 인하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아일랜드 기업 및 사용자연맹(IBEC)도 "우리는 우리에게 최고의 경제실적을 가져올 (세제)구조를 확립했다. 이것이 진정한 국가 주권"이라고 밝혔다. EU 내에서는 아일랜드 정부가 법인세 인상에 일단 저항하겠지만 결국에는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 브라이언 카우언 정부가 법인세 인상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 때문에 앞으로 수개월 내에 실각할 수도 있다고 FT는 내다봤다. 대출금리는 5% 안팎에서 논의가 되고 있다고 유럽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스페인은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서둘러 대책을 내놓았다.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18일 의회에서 "정부는 예산 감축 및 연금체제 개혁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러한 재정긴축을 위한 '실행계획'을 19일 내각회의에서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페르난도 산토스 포르투갈 재무장관도 17일 "포르투갈은 (아일랜드처럼) 주택시장 붕괴를 겪지 않았고 은행권도 자본 상태가 양호하다"며 "정부는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할 의도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포르투갈은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이어 추가 구제금융 대상 1순위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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