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10월 이후 리서치센터장 등 증권사 전문가들이 입을 닫았다.
한 증권사의 A센터장은 “당분간 증시 전망을 하기 어렵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휴대폰까지 꺼뒀던 A센터장을 두고 혹자는 “잠수를 탔다”는 표현을 썼다. 며칠 전 어렵게 만난 국내 유력 증권사의 한 최고위급 임원 역시 ‘오프 더 레코드’를 당부했다. 그가 기자에게 힘들게 비보도를 요청한 내용은 “국내 증시가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 같다” 정도였다. 그저 요새 같은 장에 이름이 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며 회사 규정에도 어긋난다는 게 이유였다.
증권업계 인사들이 나서지 않고 있는 사이 이들의 자리를 재야 전문가가 꿰찼다.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씨는 잇따른 소신 발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향후 전망은 어두웠지만 “살아 남으려면 부채를 없애라” “주식시장의 실체를 알고 도전하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박경철씨와 말을 잃은 증권사 전문가 간에 이처럼 상이한 행동이 나타난 이유는 뭘까. 간단하게 말하면 전자는 증시 하락 전망에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에 있는 재야 인물이며 후자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증권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입장이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입을 닫은 일부 증권 전문가들에게는 못내 아쉬운 점이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국내 증시를 분석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예측해야 할 주체이며 희망을 말하기 위해 끊임없이 근거를 찾아야 하는 직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다.
11월 첫 주 주식시장은 평온했다. 주간 상승폭이 1.9%에 그쳤고 모멘텀 부재도 여전해 향후 불확실성이 높지만 악몽 같던 10월을 생각하면 늦가을에 불어오는 훈풍 같았다.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도 다시 기운을 차린 모양이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오바마 효과,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등 연이어 들려오는 호재에 희망 섞인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근거 없는 낙관은 위험하지만 비관에 빠져 있는 투자자들에게 희망의 재료를 찾아줘야 하는 것도 애널리스트의 중요한 업무이기에 이들의 ‘희망 찾기’는 여전히 소중하다.
엊그제 만난 한 애널리스트는 “1930년대 대공항 당시의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에서 날을 샜다”고 했다.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희망의 근거를 찾기 위해 날을 새곤 한다는 말에서 희망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