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4월 24일] 운칠복삼(運七福三)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

‘운칠기삼(運七技三)’은 중국 청나라 때 사람인 포송령(蒲松齡)의 ‘요재지이(聊齋志異)’에 나오는 말로 어떤 일이 성사됨에 있어 운이 70%, 재주가 30%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결국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이 잘 되었을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운칠기삼의 교훈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살다 보면 원하는 대로 일이 잘 되지 않을 때가 더러 있다. 성질 급하게도 그 순간마다 좌절하고 한탄하기도 한다. 누구나 자기 운은 타고나는 것이고 다음번에는 더 좋은 운이 찾아올 것이라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실망할 때도 있지만 그 일이 성사되었다면 누릴 수 없는 더 큰 행운이 우연한 기회에 찾아오기도 하는 법이다. 필자도 예정되었던 평범한 자리에 가지 못하고 2년여 동안 실업상태에 있었지만 지금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까지 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무엇이 잘 된 것인지는 두고 봐야 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살다 보면 일이 잘 돼 기대보다 좋은 결과를 얻는 경험도 하게 된다. 하지만 본인이 절대적으로 우수하고 남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져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생각은 삼가야 한다. 자만은 나태를 부르고 그로 인해 새로운 운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의 영웅 박지성은 세계적인 축구선수로 성장했다. 모두가 그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나에게 운이 따랐다”고 겸손하게 고백한다. 운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온다. 그렇다고 누구나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식과 식견ㆍ통찰력ㆍ도덕성 등 기본적인 자격, 즉 기(技)를 갖춘 사람만이 기회를 알아보고 잡을 수 있다. 겸손한 자세를 가지라는 의미에서 기 자리에 복(福)을 넣어 ‘운칠복삼(運七福三)’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운칠복삼에서 기가 제외된 이유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운이나 복은 성공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어도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한다. 따라서 운만을 바라거나 놓쳐버린 기회를 아쉬워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성실하게 준비하면서 기본을 충실히 다지고 앞으로 다가올 기회를 기다린다면 반드시 행운을 거머쥐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나서 멋지고 겸손하게 말해 보자. 운이 좋았다고….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