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사진) KT 회장이 오는 6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지금까지 황 회장의 행보는 전임 이석채 회장의 잔재 지우기와 삼성 색깔 덧씌우기로 요약된다. 부동의 1위인 SK텔레콤과 업계 3위에서 벗어나려는 LG유플러스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KT를 재도약시키기 위한 준비기간이었다는 것이다.
첫 출발은 녹록하지 않았다. 취임 직후 '싱글 KT', '1등 KT'의 깃발을 들었지만 개인정보유출, 무궁화 위성 불법 매각 등 대형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뒷수습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45일이라는 사상 최장 기간의 영업정지도 발목을 잡았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대규모 보조금을 살포하며 번호이동 가입자를 흡수할 때 손을 놓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KT는 무선시장 점유율이 사상 첫 30% 밑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올 1·4분기 실적도 최악이었다. 409억원의 순손실을 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마케팅 비용이 급등한 탓"이라는 게 KT의 설명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더 많은 보조금을 살포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흑자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연이은 사고와 실적 악화는 전임 회장 시절 방만 경영의 여파가 반영됐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황 회장은 사고 뒷수습 와중에도 도약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우선 130여명에 달하는 임원 수를 100명으로 줄이고, 급여도 깎았다. 명예퇴직을 통해 8,300여명의 직원을 내보내고, 본사 업무 일부를 자회사로 넘기는 등 구조조정의 칼을 빼 든 것이다. 싱글 KT 일환으로 그룹 내에 '미디어콘텐츠 그룹협의회' 도 발족시켰다.
자신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인사도 단행했다. 재무, 조직 진단 등 주요 임원 보직에 4~5명의 삼성 출신을 심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의 능력이 '통신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리트머스 시험지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8일까지의 진행되는 단독영업 성적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성과는 좋다. 단독영업 나흘간 일 평균 1만명이 훌쩍 넘는 번호이동 가입자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최종 결론은 낙관할 수 없다. 야심 차게 출시한 '스펀지' 플랜이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어서다. KT가 영업재개 이후 스펀지 플랜을 신청한 번호이동 가입자 규모 공개를 꺼리고 있는 것이 한 예다. 중장기적으로는 자회사 매각ㆍ통합 등 계열사 구조조정이라는 과제를 눈 앞에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KT 관계자는 "제조업인 반도체와 서비스업인 통신시장은 작동 원리부터 다르다"며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