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처리시한 못지켜

국회가 내년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2일)을 지키지 못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 법안 거부권 행사에 반발, 엿새째 국회등원을 거부함으로써 예산안 심의가 늦어져 정부 예산안 편성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 국회는 당초 2일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키로 의사일정을 잡았으나 정국이 특검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논란에 휩싸여 지난달 21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파행됐다. 이에 따라 예결위는 종합정책 질의를 마무리하지 못했고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구성에도 실패했다. 특히 정치권이 국회 정상화에 전격 합의해 예결위가 이번 주중부터 제대로 가동된다고 하더라도 내년 예산안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처리가 어렵거나 졸속ㆍ부실 심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구나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장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립하고 있어 국회 정상화와 동시에 예결위가 순항할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때문에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정기국회 마감 후 임시국회 소집 불가피론이 제기되고 있다. 예산안의 국회처리가 해를 넘길 경우 내년 예산은 올해 예산 집행액을 기준으로 준예산을 편성, 집행해야 한다. 준예산을 편성하면 급여 등 경직성 경비만 집행이 가능하게 돼 국정운영은 물론 국민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주게 된다. 매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를 회계연도로 정한 현재의 예산안 제도가 도입된 지난 63년 6대 국회이후 지금까지 예산안이 국회에서 법정기일을 넘겨 처리된 것은 이번까지 합쳐 모두 15차례나 된다. 1968년도 예산안의 경우 67년 12월28일에 처리돼 가장 늦었고, 2001년과 2002년 예산안도 회계연도 개시 직전인 12월27일에야 겨우 처리됐다. 특히 15대와 16대 국회에선 대선이 치러진 97년과 2002년 각각 단 한차례씩을 제외하고는 3번씩이나 법정시한내 예산안 처리를 못해 정치권의 극한대치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