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800억원대 계약 무산

한국IBM이 우리금융그룹을 대상으로 추진해온 800억원 규모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공급협상이 무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IBM 납품비리가 터진 이후 처음 발생한 것이어서 향후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한국IBM측이 비용 절감 및 효율적인 IT(정보기술)시스템 관리를 위해 제안해온 장기 계약시스템(OIO)을 수개월간 검토한 끝에 최근 `거부`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운영체제 기술 및 컨설팅 서비스 등 모든 한국IBM의 제품과 서비스를 3~5년 단위의 장기계약으로 공급하는 제도다. 특히 비용부담을 주기별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데다 할인을 앞세워 새로운 마케팅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IBM은 지난해 12월까지만해도 제일은행과 200억~300억원대의 OIO계약을 성사시켰다. 우리은행 전산정보사업단 관계자는 “미국계 컨설팅사인 AT커니가 한국IBM의 제안을 검토한 결과, 해마다 성능이 발전하지만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를 감안할 때 할인효과가 적고 종속성만 심화된다는 결론을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한국IBM측은 “지난해 연말까지 협상을 진행해오다 최근 보류된 상태”라며 “아직 최종 결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컨설팅사가 최종 결론을 얻기까지 발주회사와 의견을 조율할 뿐더러 발주사의 의도를 담은 결론을 내리는 경향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빚어진 한국IBM의 납품비리사태가 의사결정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현환기자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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