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수록 노사 힘 합쳐야죠"

본지 장현일기자 인천 우광테크서 '1일 생산직 사원' 변신
변압기부품 생산업체 직원 64%가 장애인
정상인·장애인 어울려 서로 격려하는 모습에 '갈등의 한국' 해결할 모범답안 보는듯 흐뭇

우광테크의 생산현장에서 본지 장현일(사진 뒷줄 가운데) 기자가 근로자들과 함께 변압기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인 만큼 너나 할 것 없이 노사가 합심해 가다 보면 분명히 좋은 일이 생길 것 이라고 확신합니다”.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 733번지 변압기 무선부하시스템과 배전용 전기자재를 생산하고 있는 ㈜우광테크(대표 안생열) 생산 현장. 슬레이트 지붕에 회색 빛 콘크리트 벽, 시끄러운 소음이 여느 공장 분위기와 다름 없었다. “요즘 회사 분위기가 어떠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바쁜 손을 놀리던 한 근로자의 답변이었다. 변압기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부품을 조립하는 공정에 작업복을 갈아입고 무작정 동참했다. 곤경에 처한 중소기업의 상황을 직접 체험해보자는 취지로 지난달 29일 오전 9시 회사측 동의를 얻어 기자는 처음으로 생산직 근로자로 변신을 했다. 하지만 10여분이 지나자 손끝이 아프고 발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결코 만만치 않았다. 기자의 엉성한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옆자리 한 직원이 작업 요령을 알려줘 손놀림도 다소나마 익숙해 졌다. 작업장에는 이 회사가 장애인 고용 우수업체로 평가받고 있는 것 답게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눈에 많이 보였다. 그 비중은 이 회사 근로자 34명 가운데 64%인 22명. 그들의 손놀림은 정상인과 차이가 거의 없었다. 안 대표는 “처음 장애인을 고용했을 때 만 해도 걱정을 했지만 반복훈련과 직무개발을 통해 이제는 정착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작업을 시작한지 3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 점심시간이 되자 직원들은 삼삼오오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기자는 ‘익숙치는 않았지만 전기제품 하나를 만들어내는데 작지만 한 역할을 해냈다’는 자부심으로 허기를 느끼지 못할 만큼 흐뭇했다. 전남 나주 출신의 안 대표는 상업고교를 졸업뒤 한국전력에 입사, 일하다 제조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뒤늦게 대학에 입학,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지난 1997년 우광테크를 창업한 것. 이 회사는 현재 독자적인 기술연구소를 운영할 정도로 ‘규모는 작지만 큰 기업’ 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약 60억원. 연구소는 박사급 1명 석사 1명, 이공계 학부출신 4명 등 6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돼있다. 안 대표는 풍력발전 장비 개발을 위해 러시아와 기술제휴를 추진하고 전력품질을 유ㆍ무선으로 통제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자는 크지않은 규모에도 연구소를 운영하며 장애인들과 손잡고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는 우광테크의 모습에서 미래를 향한 우리 중소기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정상인과 장애인들이 정겹게 서로 도와주고 격려하며 발전해 나가는 자세는 경제적 위기속에 빚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 곳곳의 갈등과 혼란을 극복해내는 모범답안이 되는 듯 했다. 매년 10~20%정도의 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이 회사 안 대표는 올해 상당한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지만 남다른 각오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남들은 제조업을 하는 사람들보고 애국자라고 하지만 제조업 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팔불출 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제조업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힘주어 말했다. 기자는 이날 현장근로자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안 대표의 굳센 의지에서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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