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후 투명성 개선따라… 증시도 상승미국발(發) 분식회계 파문이 유럽으로까지 확산되자 아시아 기업의 회계 투명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국제 유동성 또한 아시아 시장으로 급속히 역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엔론, 월드컴 등 미 대표기업들의 분식회계가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비방디 등 유럽 기업마저 부정회계의 덫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자 아시아가 안전투자처(safe heaven)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실제 최근 한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 각국 증시는 뉴욕 증시의 폭락세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저널은 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투자자들은 아시아가 다시 안전한 투자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을까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까지 기업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투자자금이 아시아로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의 차이나에버브라이트증권의 프레데릭 상 이사는 "미국과 유럽 증시는 기업들의 회계 스캔들과 실적 우려로 급락한 반면 홍콩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가족 소유로 돼있어 실적 부풀리기 등 분식 회계에 대한 동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 유럽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가 스톡옵션을 위해 실적 부풀리기 등의 편법 회계를 일삼아 왔으나 아시아 기업들의 족벌 경영이 이러한 폐단을 차단했다는 것.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이 회계 기준에서 미국과 유럽보다 못하다고 여기던 아시아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아시아는 투명성에서 서구에 비해 뒤져 아시아 디스카운트를 감안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아시아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크게 개선됐으며 회계기준의 차이도 좁혀지고 있다는 반박도 제기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DBS비커증권의 에디 리는 "미국 및 유럽, 아시아권의 회계 기준은 비슷해졌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시아로의 자금이동은 아시아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미 기업들의 PER보다 훨씬 낮은 점도 원인이라고 저널을 평가했다.
저널은 이처럼 아시아 기업 회계에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데다 아시아 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메리트가 겹쳐 아시아로의 투자자금 유입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