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인사이드] 소비 위축 20대 온라인 몰로… 30대 겨냥 명품 시장은 약진

소비 위축 20대 온라인 몰로… 30대 겨냥 명품 시장은 약진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30대 유통업체 슈퍼 파워 떠올라
부모 경제력에 기댄 10대도 핵심 마케팅 대상으로 부상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회사원 김정미(25ㆍ가명)씨는 최근 3년간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 본 기억이 없다. 지금 그가 받고 있는 월급은 130만원. 그 돈으로는 백화점에 가서 웬만한 재킷 한 장 살 수가 없다. 외국 브랜드는 고사하고 국내 유명 패션업체의 원피스 한 장 값이 200만원을 훌쩍 넘는 판에 백화점 쇼핑은 다른 나라 얘기다. 그래서 그는 주로 아울렛 이월상품이나 시장에서 옷을 구입하고 있다. 시장환경이 급변하자 업계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의류업체 관계자는 "20대를 중심 타깃으로 내걸었던 브랜드들은 사실 곤혹스런 입장"이라며 "젊음과 패기, 열정의 상징이었던 20대가 이제 '낀 세대'로 전락하는 분위기 마저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수십년간 '패션 마케팅'을 선도했던 '20대 불패 신화'가 무너지고 있는 이유는 고달픈 현실과 관계가 깊다. 천정부지로 솟은 대학 등록금을 내기 위해 대출을 받는게 일반적인데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태반이 실업자로 전락하는 까닭에 20대의 구매력은 온전할 리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지 마케팅'이 생명인 유통ㆍ 패션업체들도 기획ㆍ판매전략을 다시 수립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유통ㆍ패션업계 20대 외면하다=2000년대 중반 20대를 기반으로 국내 캐주얼 스포츠 시장의 열풍을 주도했었던 EXR은 최근 핵심 구매층을 10대 혹은 30대로 이동하는 방안을 두고 숙고에 들어갔다. 사회 진출 초기인 20대들의 구매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반면 부모의 경제력 아래 있는 10대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30대의 구매는 갈수록 늘고 있어 이들의 '니즈'를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운동복ㆍ레저 의류를 선보여 온 엘르스포츠는 올 봄부터 스포츠 브랜드에서 아웃도어 브랜드로 아예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했다. 스포츠 브랜드의 영역이 점차 좁아지는데다 20대의 구매력도 줄고 있어 중년층이 주요 고객인 아웃도어 브랜드로 전환, '젊은 아웃도어'를 표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큰 타격을 본 여성복들은 섹시함이나 트렌드 등을 강조했던 20대 브랜드"라며 "20대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던 브랜드들은 정장ㆍ캐주얼ㆍ스포츠 등 복종에 관계없이 방향 설정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30대 잡아라=이에 따라 20대를 제치고 패션 업계의 '수퍼 파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30대다. 특히 30대는 명품 부문에서 약진을 보이며 백화점의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부상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인 에비뉴엘의 고객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매출 가운데 2008년 19.5%를 차지하던 20대 고객 비중은 지난해 17.4%를 찍고, 올해 들어 4월까지 15.3%로 추락한 반면, 30대는 34.1%(2008년)→36.2%(2009년)→37.3%(2010년)을 거쳐 올해에는 거의 40%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2~3년 전만해도 명품 매장들이 20대 명품 고객을 잡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엔트리 명품 라인을 강화했지만 요즘에는 신상품 입고를 늘리고 정상라인을 강화하면서 30대 고소득층을 잡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4일 본점에 명품 골프 캐주얼 브랜드 '휴고 보스 그린' 매장을 열고, 지난달에는 키즈 라인인 '구찌 칠드런'을 입점시킨 것도 30대 젊은 고객을 겨냥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자신을 가꾸는 30대 남성이 20대를 뛰어넘는 핵심 소비계층으로 부상했다. 그간 저렴한 액세서리 쇼핑에만 치중하던 이들이 값비싼 해외명품에 눈을 돌렸기 때문인데, 덕분에 수트 한벌 값이 200만~300만원대인 본점 아르마니 꼴레지오니 매장에서는 30대 남성들의 구매량이 올 들어 작년보다 20% 높아졌다. 특히 최근 명품 시계 브랜드 오메가의 매출이 작년보다 221.5%나 뛰는 등 고가 시계가 호황을 맞고 있는 것도 이들의 소비 증가가 큰 몫을 했다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30대와 더불어 10대도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부상했다. 롯데닷컴은 5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20대를 겨냥해 진행하는 정기 프로모션인 '영플라자 페스티벌'의 연령대를 10대까지 확장하고 지급하는 경품도 10대 수요층에 맞춰 바꾸었다. 관련 행사를 시작한지 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롯데닷컴 관계자는 "20대 대상일 때는 머플러나 지갑 등의 종류를 경품으로 내걸었지만 올해는 10대로 타깃을 넓히고 경품도 운동화, 스니커즈 등 10대들이 선호하는 제품으로 더 다양화했다"고 말했다. 20대를 '전략 타깃'으로 중년층까지 아우르는 마케팅을 펼쳐왔던 화장품 브랜드숍 토니모리는 최근 10대 전용 라인 '디어-미'를 선보였다. 화장품 브랜드숍 업체에서 10대 전용 제품이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체 관계자는 "10대들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어 이들 세대의 니즈를 반영한 신제품을 내놓았다"며 "관련 시장의 확장에 업체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낀 세대' 전락=반면 구매력이 약해진 20대는 소비산업에서 '낀 세대'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국내 대표적인 여성복 업체인 신원에서는 20대 초반을 겨냥한 여성복 브랜드 '비키'의 연 매출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브랜드와 맞먹는 500억원대로 급증, 업계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업체가 조사를 한 결과 20대 대신 되려 30대의 매출이 늘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기존의 '젊은' 브랜드 이미지는 지키면서도 유행보다는 감성적인 디자인의 비중을 늘린 게 30대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결국 30대의 '니즈'를 반영해 낸 점이 20대 브랜드의 성공비결이었던 셈이다. 업체 관계자는 "30대는 20대와는 달리 옷감의 질 등에 관심이 많고 지나치게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은 싫어한다"며 "'젊음'을 이야기하면서도 20대 대신 30대 고객의 이 같은 성향을 반영해야 매출이 늘어나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원은 올 가을 '엄마와 딸'을 동시 타깃으로 삼는 여성복 브랜드 '이사베이 드 파리'를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불황으로 신규 브랜드 론칭이 급감한 상황이지만 이사베이는 업체 브랜드 중 최대 매장 수를 목표로 할 정도로 기대를 걸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젊게 입으려는 중년 여성들이 늘고 있어 양 세대 동시 공략이 가능하다고 봤다"며 "30대 '니즈'에 맞출 경우 '젊게 입기'가 화두가 된 중장년층까지 아우르게 돼 '윈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실루엣과 개성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대거 선보이며 '마지막 미개척지'인 20대 공략에 나섰던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20대보다는 30대 고객의 유입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관계자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중심 타깃이 중년층 이상이었음을 감안할 때 '젊은' 고객의 유입은 30대를 겨냥한 셈"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성이 강하고 유행을 추구하는 20대들이 단가가 낮은 온라인몰이나 보다 저렴한 글로벌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등으로 이동하거나 구매가 위축되면서 국내 브랜드 마케팅에서 20대가 사라지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30대 고객의 성향을 반영한 '영 브랜드'의 매출이 늘고 명품 매출이 급증하는 등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