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품소재 흑자, 자만할 때 아니다

올해 우리나라 부품소재 부문의 무역흑자가 지난해보다 5% 증가한 969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한다. 전체 무역흑자의 2.2배나 된다니 효자가 따로 없다. 정부가 부품소재전문기업육성 특별법을 만들고 50개 핵심 부품소재 기술개발 지원에 나선 2001년 이후 이 부문의 수출은 4.2배(620억달러→2,617억달러), 무역흑자는 36배로 늘어났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우리 기업들의 해외생산 확대와 협력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개척, 부품소재 국산화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범용 부품소재는 일본·독일을 꽤 따라잡았지만 핵심 소재 등에선 격차가 여전하다. 양국과의 부품소재 무역적자가 올해 각각 204억달러, 69억달러로 12년 전의 2배, 8배로 불어난 게 그 증거다. 특히 일본에는 LCD 액정과 편광판 보호필름, 2차전지 소재 등 세계시장 점유율이 80~90% 이상인 강소기업들이 즐비하다. 6년 전에는 우리가 흑자를 봤던 대만도 38억달러의 적자를 안기는 나라가 됐다.

중국의 경쟁력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중국은 2011년 일본을 따돌리고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부품소재를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 올해 수입액은 445억달러로 2001년의 8배에 이른다. 아직은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게 많지만 이런 추세는 얼마 못 갈 것 같다.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진 반도체·디스플레이·정보통신기술(ICT) 부품 등에 중국이 집중 투자하고 있어서다. 반도체 분야만 해도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55조원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이다.

해법은 간명하다. 샌드위치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특허와 기술력으로 중무장한 일본·독일의 글로벌 부품소재 기업을 뛰어넘어야 한다. 실패하면 삼성전자·현대차 등 우리 1등 기업들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다. 업계는 협업과 기술융합에, 정부는 전용펀드 조성 등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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