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늦기 전에 위안화 허브 경쟁 뛰어들어야

정부가 중국 위안화로 거래가 가능한 '위안화 허브'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한영금융협력포럼에 참석해 한국을 중국 위안화 국제거래의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국 금융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도 했다. 신 위원장의 의지가 아니더라도 한국은 위안화 허브를 위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한중 무역규모는 무려 2,289억달러에 이르렀고 흑자 규모도 628억달러에 달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초라하다. 위안화 결제비중은 1%를 밑돌고 위안화 채권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은 홍콩의 위안화 역외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와 달리 홍콩이나 싱가포르, 심지어 영국·독일·프랑스 등은 위안화 허브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금융·외환시장이 개방되기 전에 위안화 표시채권 발행, 중국 자본시장 투자 등이 허용되는 위안화 역외시장에서 사업기회를 찾는 한편 새로운 금융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도 늦지는 않았다. 정부와 금융계는 이제라도 중국 정부 등과 긴밀히 협의해 국내에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을 만들고 위안화 예금을 늘리는 한편 위안화 표시 채권이 발행·유통될 수 있는 인프라와 제도를 구축해가야 한다. 그래야 국제화에 뒤처진 금융산업에 새로운 먹을거리와 경쟁력 확보도 가능해진다. 금융 인프라가 걱정이라면 가능한 분야부터 개척하면 된다. 영국 금융 전문가들도 한국의 대중(對中)무역 규모 등을 감안해 실물에 기반을 둔 허브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이 위안화 허브로 떠오르게 되면 국내 기업들은 환전 수수료와 헤지비용를 아낄 수 있는데다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이 활발해져 무역·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상하이를 국제금융허브로 키울 계획이다. 우리도 그 전에 국내에 위안화 허브를 구축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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