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되레 감소 자금순환구조 악화예금비중 급증 안전한 상품 선호 뚜렷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5년 사이에 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이 두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기업대출 비중은 오히려 줄어 자금순환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또 안전성이 높은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예금비중도 높아지고 국공채 등 무위험 자산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예금은행의 자금 조달 및 운용 행태변화'에 따르면 올 9월 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모두 210조2,000억원으로 전체 자산(850조2,000억원) 가운데 24.7%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97년 9월 말의 가계대출 비중(13.1%)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대출 잔액은 올 9월 말 현재 222조원으로 전체 자산의 26.1%에 달해 97년 9월 말(33.5%)에 비해 7.4%포인트나 떨어졌다.
한편 은행의 예금비중은 9월 말 현재 58%에 달해 97년 9월 말(44.9%)보다 13.1%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는 개인이나 기업들이 IMF 외환위기 후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 은행은 예금 및 금융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주로 대출이나 국채 등 유가증권 투자로 운용했다. 9월 말 현재 국채 등 유가증권 보유규모는 202조1,000억원으로 전체 자산(850조2,000억원)의 23.8%에 달해 97년 9월 말(16.3%)보다는 7.5%포인트나 높아졌다.
박천일 한은 통화금융통계팀 차장은 "최근 가계대출억제책이 시행된 후 은행은 기업대출보다는 국공채 등 유가증권 매입을 늘려 채권 및 예금금리 하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은행에 장기적인 자금운용 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주택유동화증권(MBS) 시장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경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