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프트음료 업체인 코카콜라가 지난해 초부터 잇달아 터지는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지난해 아시아 경제위기에 따른 소비감소로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국면을 맞이한 코카콜라는 프랑스 음료업체「오래지나」인수실패, 4명의 직원에 의한 인종차별소송 등 안팎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코카콜라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지난달 벨기에에서 발생한 코카콜라제품 오염파동.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유럽전역에서 유사한 사례가 249건이 잇달아 터져, 프랑스 등 3개국에서 16일간 코카콜라 판매가 전면중단되는 등 씻을 수 없는 치욕을 경험했다. 이로인해 113년간 지속되어온 명성에 커다란 흠집을 남겼다.
최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838억달러(100조원)로 타의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업계전문가들은『신뢰성을 절대절명의 가치로 삼는 식료품 업계 특성상 이번 파동으로 인해 코카콜라가 입을 피해는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1,400만병을 회수하는 데 들어간 비용만 6,000만달러에 이르는 데다 코카콜라 오염 사건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해줘야 할 피해보상도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여 파장이 만만치 않다. 일부에선 6월들어 코카콜라가 하루 평균 340만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다는 추측까지 하고 있다.
코카콜라를 더욱 애타게 하는 것은 오염 파동이 해결될 만하면 또 다시 유사한 사례가 나타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 지난달 30일 폴란드의 코카콜라 제조회사는 미네랄 워터인 0.33ℓ들이「보나쿠아」에서 곰팡이가 발견돼 이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코카콜라를 이끌고 있는 더글라스 아이베스터 회장(사진·53)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다. 지난 97년10월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그는 취임후 얼마안돼 불어닥친 연이은 악재로 경영능력까지 의심받고 있는 실정. 98년 주당 89달러로 사상최고치까지 근접했던 주가가 최근엔 30% 이상 하락한데다 올 2·4분기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6~7%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16년간 순조롭게 코카콜라를 유지해오다 폐암으로 회장직을 물러나야만 했던 고이주에타와 자주 비교, 아이베스터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코카콜라의 불행은 기타 경쟁업체들에게 좋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펩시콜라와 영국의 버진콜라는 코카콜라의 벌어진 틈을 비집고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공룡 코카콜라에 밀려 숨도 쉬기 어려웠던 각국 현지 음료업체들 역시 코카콜라 타도의 기회로 삼으려 애쓰고 있다.
/최인철 기자 MICH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