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장품 무역수지 첫 흑자가 주는 희망

화장품 무역수지가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이 10억6,700만달러로 수입 9억7,800만달러를 앞질렀다는 것이다. 화장품 수출의 10억달러를 돌파와 흑자는 모두 사상 처음이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명동거리 등에서 구매하는 물량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벌어들인 외화는 통계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화장품 산업의 호조와 수지 흑자전환은 세 가지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첫째, 문화의 힘이 산업에 연결될 때 효과를 보여준 사례로 꼽힐 만하다. 한국의 TV드라마나 음악이 각광받는 한류열풍이 없었다면 무역수지 흑자달성에는 시간이 더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한류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지난 2008년 이후 화장품 수출이 연평균 25%씩 늘어났다는 점은 한류문화의 기여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둘째로 만성적인 적자품목도 끈질기게 노력하면 흑자상품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줬다. 국산화장품이 본격 등장한 1960년대 중반 이후 반세기가 넘는 땀과 노력ㆍ투자가 첫 흑자라는 값진 결실을 이뤄냈다. 화장품 무역수지 흑자전환이 반가운 세번째 이유는 희망과 관련이 있다. 주지하듯이 화장품은 박근혜 정부가 꼽은 미래 성장품목의 하나다. 새 정부가 제시한 청사진이 멀리 떨어진 목표가 아니라 이른 시일 안에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화장품 수출이 말해주는 듯싶다.

그러나 만족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약 2,40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화장품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0위권 밖이다. 이제 비로소 경쟁의 스타트라인에 선 셈이다.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한류 콘텐츠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문화산업을 진작하고 외국인관광객 유치 노력을 지속하며 고품질화로 중국과 일본ㆍ동남아시아에 편중된 수출시장을 거대시장인 미국과 유럽으로 넓혀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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