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지인들에게 재혼 주례를 부탁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평균수명이 100세를 향해 달려가면서 제2ㆍ제3의 인생을 출발하는 경우도 우리 삶의 한 풍경이 돼가는 듯하다. 그러나 재출발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아직 냉담하기만 하다. 재혼이나 재취업 등 중장년기에 맞이하게 되는 인생의 또 다른 출발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도 여전하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퇴출명령을 받으면 더 이상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부류로 낙인 찍어 노동시장에서 발디디기 어렵도록 만드는 현실은 재취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큰 아픔을 준다.
이러한 현실 속에 10여년 만에 찾아온 엄청난 경제위기는 매서운 기세로 노동시장의 취약층인 고령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IMF라는 한차례 아픔이 치유되기 전에 또다시 실직이라는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009년 3월 현재 50~59세의 실업률이 2.4%라지만 은퇴를 준비하라는 사회적 종용과 불황기 퇴출 1순위로 꼽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이 수치만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중압감이 고령자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올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운영하는 ‘고령자 뉴스타트 프로그램’은 그간 노동시장에서 퇴물취급을 받았던 50대 이후 실업자들이 일정 기간 직무훈련과 현장연수를 통해 경제활동인구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희망을 주고 있다. 또 노동시장 취약계층에 대한 평생교육이 강화되면서 고령자에 대한 고용촉진훈련과정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고령자 재취업을 위해 쏟아져나오는 정부 정책이 고령자에 대한 노동시장의 문턱을 근본적으로 없애주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현실을 탓하며 지금의 직장이 평생직장이 돼달라 외치고 있는 것 또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니다.
다소나마 낮아진 노동시장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고령자 스스로 시장가치를 높이기 위한 자기계발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도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평생교육참가율과 고령자의 직업훈련참가율에 대한 제고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고령자가 노동시장의 문턱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평생직장에서 평생직업으로 노동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어가는 상황 속에서 정부의 실효성 있는 고령자 재취업 정책과 고령자 스스로의 시장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의 양 박자가 맞을 때 비로소 고령자의 경제활동인구로의 환원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