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명품의 조건

박광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외국을 나갈 때나 들어올 때 인천국제공항은 늘 깨끗하고 넓고 쾌적하며 신속하다고 느낀다. 여행객을 대하는 모든 공항근무자들과 세관원들이 매우 부드럽고 친절하다. 세계공항서비스평가에서 8년 연속 세계 최고공항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김연아 선수는 4년 전 벤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이후 공백과 굴곡이 있었지만 얼마 전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 싱글에서 당당하고 화려하게 여왕의 자리를 지켰다. 싸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원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이류를 가장한 일류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백화점과 아웃렛 매장에서 세계의 명품을 접한다.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인간의 기량과 활동에서 명품으로 평가받고 대중의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내는 공통점을 찾아보자. 그것은 네 가지 특성으로 요약된다. 첫째, 본질적 기능에 충실하며 둘째, 오랜 시간이 지나도 품질이 변하지 않으며 셋째, 언제든지 사후서비스(AS)가 되며 넷째, 값을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명품은 클래식의 정상을 달리는 특징이 있다. 그것은 상품과 서비스의 본질적인 기능에 정통하며 오래도록 두고 써도 변질이 없다. 좋은 넥타이는 오랜 기간 잡아당기고 매어도 뒤틀림이 없다. 짝퉁과 다른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브랜드 가치의 명예와 품질의 신뢰를 생명처럼 여긴다. 명품은 언제든지 사후서비스가 된다.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는 의미다. 나는 유명 브랜드 와이셔츠의 깃과 소매를 수선을 받은 경험이 있다. 닳아서 못쓰게 됐지만 철저한 사후서비스 정신에 감동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성들의 명품가방은 더욱 그렇다.

우리가 독서에서 고전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언제 읽어도 그 책에서 깊고 향기 나는 마음의 양식을 얻기 때문이 아닐까. 명품은 값을 따지지 않는다. 즉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다. 명품점에서 값을 깎아달라고도 않고 깎아주지도 않는다.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요즘엔 한복 패션쇼가 세계적으로 널리 감탄과 매력을 자아낸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앙드레 김의 패션쇼가 척박했던 한국의 패션을 이끈 1세대였다면 지금은 기라성 같은 신진 패션 디자이너들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들은 한복의 선과 맵시를 살려내고 재창조하고 있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디자인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 역사 속의 위대한 걸작들로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팔만대장경, 양동마을과 하회마을, 조선의 왕릉, 수원화성, 고인돌 유적, 창덕궁, 석굴암과 불국사가 그러하다. 수백년 수천년이 지나도 인류적인 유산으로 남겨진 많은 걸작들이 명품으로 각인된다. 문화융성은 문화 창조성과 자율성이 발현되면서 열정적이면서도 신명이 일어나고 문화적으로 왕성해지는 것이 아닐까. 이를 통해 우리는 세계에 자랑할 문화국민으로서 오늘과 내일도 빛나는 명품을 만들고 이를 세계인들에게 당당히 선보일 수 있다. 명품은 하루아침에 복제될 수 없다. 정교한 과학기술과 치열한 예술혼과 섬세한 감성과 번득이는 통찰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당대의 문화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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