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한국인 피랍자 22명은 무사"
구동본 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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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한국인 23명중 배형규 목사의 피살이 확인된 가운데 신변안전이 우려되는 나머지 피랍자 22명은 아직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구하기 위한 아프간정부와 탈레반 측과의 협상은 피랍 8일째인 26일에도 계속됐으며 탈레반 측은 인질들의 육성녹음을 곧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 CBS방송은 이날 유 천주(YO CHUN-JU)라고 밝힌 한 인질 여성과의 전화 통화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유씨는 "우리는 지금 위험한 시기에 놓여 있으며 건강이 아주 좋지않다"면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한국말과 현지어를 썼다고 보도된 이 여성은 현지에서 합류한 가이드 임현주씨이거나 신분을 감추기 위해 가명을 사용한 피랍자중 한명일 것으로 추정된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22명은 아직 인질로 잡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접촉선을 통해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제외하고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는 이날 AFP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마지막 협상시한(26일 오전 5시30분) 이후 한국인 인질이 더 이상 살해되지 않았다"며 "(인질들이) 지금까지 모두 살아있다. 그들(아프간 정부)이 평화적 해결에 대한 희망을 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NHK는 아프간 정부의 교섭책임자가 탈레반측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보도했다. NHK는 또 탈레반측이 3개 그룹으로 나눠져 행동하고 각 그룹이 각각 다른 요구를 하고 있어 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AP통신 등 외신에 석방된 것으로 보도된 한국인 피랍자 8명은 아프간 가즈니주(州) 미군기지로 이송도중 무장세력의 본거지로 되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워싱턴의 고위소식통은 "미국 관리들로부터 한국 인질 8명이 미군기지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미군 기지에 도착했다는 정보는 얻은 게 없다"면서 "인질 8명이 석방됐는지, 무장세력의 본거지로 되돌아갔는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천 대변인도 "피랍된 한국인 중 일부라도 우리와 협력하고 있는 아프간군, 국제치안유지군 등의 관할권에 들어온 사실이 없다"면서 "일부에서 (억류장소를) 출발했다가 돌아갔다는 보도가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된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날 AP통신은 서방 관계자의 말을 인용, 탈레반에 억류됐던 한국인 인질 가운데 여성 6명과 남성 2명이 석방돼 아프간 가즈니주 미군기지로 이송됐다고 보도했으며 CNN도 익명의 한국 관계자 말을 인용, "석방 인질들이 미군기지에 도착해 안전하게 있다"고 전했었다.
우리 정부는 이날 배 목사의 피살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감에 따라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백종천 안보실장을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아프간 현지에 파견하는 등 외교력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에 앞서 백 실장이 발표한 안보정책조정회의 성명을 통해 배 목사가 희생된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시하고, 납치 단체들에 대한 규탄과 함께 남은 인질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고 배 목사의 시신은 26일 오후 바그람 기지에 도착했다"면서 "카불공항에서 민항편이 마련되는 대로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한국으로 운구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피랍자들에게 필요한 의약품과 생필품을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준비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가 있어 아직 피랍자들에게 전달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7/26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