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020원선이 위험해지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초 달러당 1,017원10전까지 떨어졌다가 1,020원10전으로 마감했다. 1,017원대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8월8일의 장중 저점 1,017원50전과 같은 수준이다. 환율하락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26개월째 흑자를 기록한 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약세가 뚜렷해지며 불가피한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 그래도 속도가 너무 빠르다. 순식간에 1,000원대가 가시권에 들어올 정도로 환율이 떨어지다 보니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중소 수출기업들이 채산성 악화로 인한 고통을 감당하기 어렵다.
추세를 거스를 수 없다면 최소한의 적응 시간을 벌어준다는 의미에서 어느 정도의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은 필요하다. 환율시장 급변동 시점에 적절한 가격으로 주문을 냄으로써 완급을 조절하는 스무딩오퍼레이션은 환율조작이라는 지적을 피하면서도 원화절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다. 아울러 수출중기의 환율 리스크를 보완해주고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기업도 정부만 쳐다볼 일이 아니다. 원가절감과 신기술 개발, 시장개척에 보다 힘써야 한다.
어차피 우리나라의 경상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에 이를 정도로 커진 마당에 원화절상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이를 내수 활성화의 계기로 삼는 데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러잖아도 세월호 참사 여파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와 주거 및 노후불안 등에 따른 소비성향 감퇴로 내수기반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다. 내수확대를 위해서는 단기부양책과 근원처방이 모두 요구된다. 경상수지가 26개월째 흑자 행진을 보이면서 4월에만도 71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데는 내수침체로 인한 수입감소도 큰 몫을 차지하는 만큼 수입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