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대란' 현실화하나

수급 불균형… 구제역 파동… 올 한우값 사상 최고 전망
작년 평균 가격 12% 껑충… 새해도 1만4,390원 2.2%↑
5년 새 가장 가파른 상승세… 설에 사상 최고가 돌파할 듯


한우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한우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의 사육두수 조절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최근 구제역 파동까지 겹치면서 올해 한우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7일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지육(1㎏) 평균가격은 전년보다 12% 오른 1만4,161원을 기록했다. 구제역 파동이 절정에 달했던 2010년 1만5,906원 이후 5년 새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한우값은 새해 들어서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이달 1일부터 6일까지 평균가격은 1만4,39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071원보다 2.2% 올랐다. 이대로라면 설 연휴가 낀 2월에는 사상 최고가인 1만6,000원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지인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실장은 "계속되는 공급 부족과 명절 수요 증가로 다음달 한우값은 예년보다 6~13% 오른 1만5,000~1만6,000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설 연휴 직전에는 한우값이 일시적으로 1만6,500원까지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우값 상승이 계속되는 것은 정부가 한우 수급을 조절하기 위해 사육두수를 감축한 탓이 가장 크다. 사육두수 감축이 송아지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한우 공급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얘기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한우 사육두수는 2012년 300만마리에 달했지만 이후 줄곧 감소해 지난해 말 260만마리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상 송아지가 최소 2년 이상 사육된 뒤 출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에는 240만마리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한우 가격이 오르면서 한우 소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한우 판매량은 전년보다 1.8% 줄어들었다. 2010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이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 소고기는 6.2% 늘었고 수입 돼지고기도 155.2% 급증했다. 값비싼 한우를 구입하는 대신 저렴한 수입산 고기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말 발생한 돼지 구제역이 소 사육농가로 확산되면서 한우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일 경기도 안성의 한우농가에서 암소 한마리가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아 2010년 이후 4년 만에 소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한우값 상승으로 한우 농가가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구제역까지 발병하면서 벌써부터 한우 소비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우 대란이 본격화되자 대형마트도 한우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한우 특가전을 마련했다. 롯데마트는 8일부터 14일까지 '한우 소비촉진 행사'를 열고 300마리 물량의 한우를 시세보다 30% 저렴한 가격에 선보인다. 하지만 공급 부족과 구제역 여파로 당분간 한우값이 급등세를 보일 전망이어서 고객의 발걸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축산업계의 설명이다.

박성민 롯데마트 축산 상품기획자는 "한우값 급등으로 한우 소비가 줄어들어 한우농가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다"며 "축산농가를 돕고 소비자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한우 할인행사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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