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책 새 틀 짜라] <1> 경고등 켜진 잠재성장률

출산장려·여성 활용책 한계… 외국인력 늘려 성장엔진 돌게해야



인구절벽 현상 현실화로 성장률 하락세 이어져 2020년 1%대 그칠 듯

"연간 10만~30만명 수준… 이민자 점진적 확대 땐 안정적 성장률 유지 가능"

고숙련자 체류기간 연장… 전문인력 적극 영입 필요


생산인구 확충을 위한 수단으로 이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경제 수장은 비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만이 아니다. 지난 정부의 경제 수장들도 '인구절벽' 현상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을 해법으로 이민 확대를 거론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09년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며 "해외 우수인재를 받아들이는 이민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도 2011년 취임하자마자 "양질의 외국 인력에 대해서는 쿼터를 없애고 적극적인 영입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권오규 KAIST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도 지난해 4월 열린 한 포럼에서 "저성장 탈출을 위한 해법으로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고려해봄 직하다"고 말했다. 전·현직 경제 수장들이 이처럼 한목소리로 이민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와 잠재성장률 하락이 초래할 후폭풍이 한국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것을 실물경제를 담당하면서 체감했기 때문이다.

◇저출산대책 실패…'인구절벽' 현실화=우리나라 출산율은 2013년 기준으로 1.18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낮다. 전체 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중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인구절벽' 현상은 이미 현실이 됐다. 생산가능인구는 내년 3,69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3.0%를 차지하게 된다. 이는 1960년 인구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하지만 내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오는 2060년에는 49.7%까지 떨어지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는 2015~2020년 39만명 감소하고 2025~2030년에는 200만명으로 감소폭이 커진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5~2020년 197만명 증가하고 2025~2030년 286만명으로 급속하게 늘게 된다.

생산인구 감소는 성장동력을 약화시키고 고령화에 따른 정부 재정지출 증가로 이어져 재정건전성을 크게 훼손시킨다. 이미 3%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에 따른 성장률 하락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소비 위축 등 내수 침체로 2016년부터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고 2020년대에 1%대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출 호조로 플러스 성장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내수 침체에 따른 마이너스 효과가 커지면 성장은 지속적으로 둔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잠재성장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막고 성장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적자본과 기술과 같은 요소 투입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총요소생산성(TFP)은 1991~2000년 0.8%에서 2001~2010년 0.9%로 20년간 0.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인구 감소세를 돌려세우는 데도 사실상 실패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저출산대책에 53조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같은 기간 1.12명에서 1.19명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국과 중국이 'G2'로 군림하는 데는 수억명의 인구가 내수산업을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출산율이 1.88명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개방적 이민정책을 통해 사회 역동성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일본이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경제활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27만명의 인구가 자연감소한 일본은 2050년이면 인구가 1억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초저출산국인데다 고령화 속도는 이미 일본을 추월했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2060년에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101명(노인 80.6명, 어린이 20.5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미래 세대가 이전 세대를 부양하기 위해 큰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외국 인력 도입으로 잠재성장률 확충 나서야=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출산율 제고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다면 생산가능인구를 늘려 잠재성장률을 확충하는 실질적인 방안은 외국 인력 도입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민 확대가 노동 공급 감소에 따른 생산 및 소비 감소 등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현직 경제 수장들이 이민 확대를 포함한 이민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이민자는 약 170만명이다. 이 중 노동이민, 즉 취업자격이주자는 60만명 수준이며 90%가 넘는 54만명이 단순기능인력이다. 선진 각국이 적극 유치에 나서고 있는 전문인력은 5만명이 채 안 된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이민정책은 현재의 단순기능인력에서 전문인력 중심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단순인력의 경우에도 숙련 수준과 직종에 따라 체류기간을 달리하거나 고숙련 기능인력의 정주화 등 탄력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민 확대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남성일 서강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민자 도입 규모를 확대하면 할수록 우리나라의 거시경제지표를 비례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연간 10만명, 20만명, 30만명씩 이민자를 받아들였을 경우를 가정해 2030년까지 국내 경제를 전망한 결과 이민자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주요 거시지표의 마이너스 추세를 플러스 추세로 바꿔 놓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꺼번에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일 경우 사회적 부작용이 클 수 있기 때문에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연간 10만명, 2021~2024년에는 연간 20만명, 2025~2030년에 연간 30만명씩 점진적으로 확대할 경우 2%대의 안정적인 성장률과 함께 이민 유입이 가져올 역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남 교수는 "이민 개방을 단순히 생산력을 보충하는 차원이 아니라 주택 및 내구재 소비 등 총수요 창출에도 도움이 되도록 해 급격한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아야 한다"며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되기 전에 이민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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