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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잇따라 세계 최초 D램 기술을 선보이며 경쟁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서버용 '20나노 8기가비트(Gb) DDR4 D램' 양산에 들어가 시장 선점을 예고했고 SK하이닉스도 최대 용량의 비휘발성 메모리 모듈(NVDIMM)을 내놓으며 특화시장 개척에 나섰다. 세계 D램 시장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 3개사가 과점체제를 형성하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앞선 기술력과 제품력으로 마이크론은 물론 4~5위권 업체와의 초격차를 더욱 벌린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1일 세계 최초로 '20나노 8Gb DDR4 서버 D램' 양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20나노 기술을 적용한 PC용 D램 양산을 시작했고 9월에는 20나노 모바일용 D램도 내놓은 데 이어 이날 서버용까지 모두 20나노를 적용하면서 모든 제품군을 신기술로 무장하게 됐다.
1나노는 10억분의1m다.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생산량은 늘고 제품 효율은 높아지는데 현재 삼성전자만 20나노로 양산하고 있으며 경쟁사들은 25~29나노로 뒤처진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서버용 D램 시장이 모바일 기기 확대에 따라 올해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37%(수량 기준)에 이르는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주로 기업용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서버용 D램은 기존 DDR3에서 DDR4로 업그레이드되는 시기를 맞았는데 삼성전자가 20나노 D램 양산을 시작하면서 시장을 선점할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20나노 8Gb DDR4 서버 D램 모듈은 기존 DDR3 기반 제품보다 약 30% 빠른 2,400Mbps(초당 100만메가비트)의 속도를 자랑하고 전압은 1.2볼트(V)로 DDR3(1.5V)보다 낮아 전력도 아낄 수 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NVDIMM 기준으로 최대 용량인 16기가바이트(GB) DDR4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서버용 D램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휘발성 메모리인 D램은 갑자기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날아간다. NVDIMM은 D램에 저장기능이 있는 낸드플래시와 모듈 컨트롤러를 결합한 제품으로 전원이 꺼질 경우 데이터가 D램에서 낸드플래시로 옮겨가기 때문에 정보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 마이크론 등이 8GB 제품을 내놓은 적이 있으며 16GB 제품은 SK하이닉스가 처음으로 개발했다. SK하이닉스는 서버의 안전성을 중시하는 고객층을 목표로 삼아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디램익스체인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D램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9%로 굳건한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SK하이닉스(28%)와 마이크론(25%)이 뒤쫓는 과점체제다. 대만의 난야와 윈본드 등이 5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나노 공정으로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한데다 경기도 평택에 신규 라인 증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초격차 전략을 앞세워 점유율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도 20나노급 비중을 늘리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은 더욱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마이크론과 대만 업체들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유악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세 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여갈 것"이라며 "D램 시장에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우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