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로봇의 진화 어디까지…

감정 인식해 클라우드서 SW 공유… 사람이 지시 안해도 알아서 움직여
기술 개방화로 프로젝트 활발… 각국 정부 성장동력으로 육성
구글, 관련업체 7곳이나 인수… "한국도 서비스용 로봇 키워야"

감정을인식하고로봇과교류하는 ''페퍼''.

빨래를개는클라우드로봇 ''PR2''.



# 이르면 내년 여름 미국에서 판매될 예정인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Humanoid) '페퍼(Pepper)'. 일반 가정에서 쓰일 수 있는 로봇이라는 점도 놀랍지만 페퍼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작동원리다. 페퍼는 세계 최초로 감정을 인식할 수 있는 로봇. 하나의 페퍼가 익힌 감정은 클라우드 서비스로 보내져 다른 페퍼들과 정서적으로 공유된다. 로봇끼리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작동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지능형 로봇이 '서비스'와 '개방'이라는 키워드 아래 점차 진화하고 있다. 의료와 물류·가정 등 사용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통해 로봇끼리 서로 교류하는 등 사람과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월드로보틱스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지능형 로봇의 매출은 46억달러로 전체 세계 로봇시장 매출(133억달러)의 34.8% 수준을 차지했다. 지능형 로봇 매출비중은 2009년 36.4%, 2010년 40%로 오름세를 기록하다가 2011년 33%로 떨어졌지만 이듬해인 2012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능형 로봇은 산업용 로봇의 장점인 반복 작업과 정교한 컨트롤 능력을 서비스 영역에 접목시키며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는 입증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은 로봇 회사 '키바시스템'을 인수한 뒤 물류관리 로봇을 활용해 연간 9억1,600만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가정용 로봇 청소기는 13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주목할 점은 이들 지능형 로봇이 단순히 무대만 옮긴 것이 아니라 체질 자체를 바꿔가고 있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로봇이 그 주인공이다. 인터넷상 공간에 소프트웨어·데이터 등을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접속해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로봇으로 확장시킨 개념이다.

대표적인 예가 유럽연합(EU)이 개발한 '로보어스(Roboearth)'다. 로보어스는 로봇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 클라우드 저장공간'으로 한마디로 로봇의 '위키피디아'로 불린다. 올 1월 네덜란드에서는 '아미고(Amigo)'라는 인간형 로봇이 사전 입력된 정보 없이 환자에게 우유를 전달하는 시연이 성공했다. 아미고는 인간 지시자가 아닌 또 다른 로봇이 공유한 정보를 받아서 병실과 병실 내 물체의 위치정보를 전달 받았다.

앞서 미국 '윌로개러지'는 클라우드 로봇 'PR2'를 개발해 전세계 대학 20여곳에 이를 무료로 제공, 기술을 공유할 수 있게 했고 5월에는 미국에서 PR2가 인간의 조리법을 익혀 쿠키를 직접 완성하기도 했다.

김태진 KT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과거 폐쇄적인 로봇 산업에서 벗어나 로봇 기술의 개방화로 오픈 프로젝트가 활발해지면 연구비 절감과 개발기간 단축 등의 효과가 일어나고 이는 로봇 생태계 활성화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 정부에서는 지능형 로봇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나섰다. 로봇 산업의 최강국인 미국은 2011년부터 '첨단제조업 파트너십'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일본은 개인용 서비스 로봇 육성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구글은 현재까지 7개의 로봇 업체를 인수하고 구글의 운영체계(OS)를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 구축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서비스용 로봇과 소프트웨어의 융합으로 '로봇의 체질변화'에 대한 대응은 물론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김 선임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 로봇 산업은 제조용 로봇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며 "로봇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비스용 로봇 비중을 점차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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