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으로 시끄러웠던 지난 2006년이 저물었다. 사건이 터지면 늘 그렇듯 한동안 법석을 떨다 망각에 사로잡히는 것이 인간인가 보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무능한 정부정책으로 외환위기를 맞아 그렇게 혼쭐이 나고도 우리 국민들은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동네 불구경하듯 팔짱만 끼고 있다.
북한 핵 개발의 파괴력은 외환위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대선을 앞둔 정계의 움직임이나 부동산 가격 등락은 적어도 수십만의 인명과 수십조원대의 재산이 걸린 문제인 북한 핵에 비하면 해일 앞의 한 물결에 지나지 않는다.
햇볕정책 北 체제유지 도왔을뿐
정부는 김대중 정부 이래 햇볕정책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유지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휴전선에는 여전히 막강한 화력을 가진 양측 군대가 대치하고 있고 한국은 최신 무기를 개발하거나 구매하고 있으며 북한은 슬그머니 가공할 핵 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햇볕정책 덕분에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늘리거나 외평채가산금리가 구조적으로 낮아졌다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지만 그 설득력은 대단히 낮다. 국제 자본은 증거를 보지 한국 정부의 레토릭을 믿지 않는다.
햇볕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남한이 아니라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다. 사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운영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된 돈은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낙후된 경제를 돕고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은 이 돈을 미사일 및 핵 무기 개발비, 고위간부들에게 줄 선물비 등 정권 유지용 통치자금으로 사용했음이 드러났다. 미래의 통일 비용을 미리 지불한다는 면에서도 인도적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자원이 어떻게 사용, 운용되고 있는가도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기존 대북 프로그램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봐 뚜렷한 북한 핵 제재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핵의 문제를 미국과 북한의 힘겨루기 정도로 해석하고 적당히 양측의 비위에 거슬리지 않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적어도 북한이 핵으로 우리나라를 공격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있는 것 같다.
12월 6자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은 북한 핵 문제를 놓고 대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앞으로 양방은 일종의 거래를 통해 이 문제를 정리할 것이다. 미국은 서울을 당장 공격할 수 있는 막강한 재래식 무기를 갖추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타격을 가할 수는 없다. 더욱이 북한 핵이 어디에 있는지조차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결국 경제적 압박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데 중국과 한국이 경제적으로 도와주는 한 오랜 고립경제를 유지해왔고 일반 주민의 고통은 정치적 제약이 되지 않는 북한으로서는 이를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미국과 북한은 ‘핵 추가 개발 및 확산 방지’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북한으로서는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핵을 보유할 수 있고 미국으로서는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핵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합치되는 것이다.
정부, 北核 해결의지 보여줘야
대규모 난민을 걱정하고 한반도 안정을 바라는 중국도 이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제 북한 핵 문제의 해결에 명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우리가 북한 핵을 수수방관하면 그 틈새를 이용해 미국ㆍ중국 등은 자신들의 국가 이익만을 추구할 것이다. 2007년은 정해년(丁亥年)이다. 정(丁)이 오행에서 불을 뜻해 중국에서는 ‘황금돼지해(金猪年)’라고 해서 이 해에 태어난 아이들은 편안하게 산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한민족의 어린이들은 물론 우리 국민들도 핵 불안에서 벗어나 정해년의 축복을 듬뿍 받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