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을 키우자] <중> 투자규제를 풀어라

자발적 구조조정 촉진, 장기론 건전성 높여야
여러 저축銀연계 M&A…리스크 최소화 가능해져


지방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그 은행의 지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한 대형 저축은행 대표는 “정부 인사들 가운데 저축은행이 지방은행을 인수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이가 적지않다”고 토로했다. 일부 지역에서 사실상 지방은행의 역할을 대행하고 있는 저축은행들에는 지방은행의 지위로 올라서는 것은 꿈과 같은 일이다. 최근 우량 저축은행들의 자산이 2조~3조원대로 올라서면서 지방은행들과 별차이가 없어지면서 꿈이 현실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몇몇 대형 저축은행들은 지방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한 중장기적 전략을 갖고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저축은행의 입장에서는 지방은행의 저금리 자금조달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최저 3%대에 예금 등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은 최근 5%대 안팎인 저축은행 수신금리와 비교할 때 2%포인트 차이가 나는 등 상당한 수익원이 된다. 물론 저축은행에서 지방은행으로 신분상승하는 데 대한 관심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미국식 프로야구와 비교해보면 트리플A에서 메이저리그 중하위팀 정도로 상승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양성용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아직 저축은행이 지방은행을 인수한 사례가 없다”면서 “우량 저축은행들이 지방은행을 인수할 정도로 성장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할 일”이라고 밝혔다. 한 저축은행 사장은 “금융감독당국은 물론 금융권에서 보이지 않는 견제를 느낄 수 있다”면서 “권역별로 우수 금융기관이 격상할 수 있는 문화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우량 저축은행들은 다른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는 데도 적극적이며 의지도 충만하다. 현재 10여개 저축은행이 시장에 나와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예가람ㆍ인베스트 등 2개 저축은행에 대해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동일인대출한도 제한을 완화해 저축은행 인수합병(M&A)시장을 활발하게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재정경제부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인 우량저축은행을 전제로 80억원 한도에 그쳐 있는 동일인여신제한을 없앨 예정이다. 그동안 동일인여신한도로 인해 저축은행들은 굳이 다른 저축은행을 인수해 자산을 늘릴 필요도, 소용도 없었던 것이 이번에 해소돼 대형화를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저축은행ㆍ부산저축은행 등이 다른 저축은행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축은행들이 연계해 새로운 저축은행을 설립하거나 인수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저축은행이 연합해 새로운 저축은행을 만들면 회원 저축은행은 일정액 이하의 대출이나 규격화된 대출에 주력하게 되고 거액대출의 경우 신규 저축은행을 통해 신디케이티드론을 구성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정 위원은 “이 방안이 실현되면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자발적 M&A시장이 활성화돼 구조조정에 따른 정부의 부담이 줄어들고 저축은행업의 건전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축은행업계의 또 다른 숙원은 유가증권 투자한도에 대한 규제완화다. 현행 규정으로는 유가증권 투자한도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하면서도 종목별ㆍ사안별 투자한도를 별도로 규정해 효율적인 자금운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들이 지방은행이나 다른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이 유가증권 투자한도다. 비상장ㆍ비등록 주식 및 회사채의 매입, 보유한도가 자기자본의 100분의5 이내 및 당해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5 이내로 지극히 제한적으로 규정돼 있어 정상적인 상황에서 M&A에 나서기 어려운 형편이다. 결국 부실 저축은행이나 예외적 규정으로 인정될 때만 인수가 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업계는 원본 잠식 등 투자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별도 한도를 두고 불필요한 규정은 삭제하거나 자기자본의 1배 이내에서 통합 관리하도록 단순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저축은행들은 자금 운용 및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사모투자펀드(PEF)에 투자할 수 있도록 비상장 주식 매입 한도를 폐지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들이 제한된 주식투자여건에서도 운용의 묘를 살려 수익률 30% 안팎을 기록하는 곳이 적지않다”면서 “시중은행들보나 훨씬 지역이나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은행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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