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부동산 문제의 핵은 바로 재건축 아파트다. 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은▲원칙이 확고 재건축 정책과
▲장기적인 재고주택 관리 방안의 마련이 급선무다.
재건축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노후 아파트 값은 잠시 하락했다 오히려 급상승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값은 대책 발표 후 소폭 하락, 그 이후 큰 폭 상승 등을 거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아 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그 동안 정부가 대증적인 정책들을 남발해 시장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 `5ㆍ23`, `9ㆍ4 조치`당시 정부가 내세운 재건축 정책추진 방향을 그대로 믿고 따랐던 부동산전문가나 재건축조합들이 거의 없다는 게 단적이 예. 상황이 이런 만큼 확고하고 신뢰할 만한 재건축 정책 수립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
무분별한 재건축을 대체할 리모델링 활성화 조치 마련이 지지부진 한 것도 문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이미 건립된 재고주택 관리정책이 허술하다면 아무리 새로 주택공급을 늘려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결과를 볼 수밖에 없다”며 “무분별한 재건축을 리모델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세제ㆍ금융 및 건축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일관성 없는 재건축 정책이 문제 = 시장 상황에 따라 줏대 없이 냉ㆍ온탕을 번갈아 갔던 정책 일관성 부족도 심각하다. 주택시장이 침체되면 규제를 풀고, 과열되면 다시 예전의 규제를 답습하는 대증요법만 반복해왔던 것이다.
실제로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향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이번 재건축 조합원 분양권 전매금지 조치를 다시 풀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 때 상황을 봐서 결정할 사안이다”라며 정부 정책에 회의감을 표시했다.
이렇다 보니 시장은 아무리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외쳐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부동산안정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피해를 본 것은 정부 정책을 믿고 매물을 내놨던 사람들이었다”며, “오히려 정부 정책에 거스리며 재건축 투자를 고집했던 사람들은 더 부자가 됐다”고 정부 정책을 꼬집었다. 때문에 이번 9ㆍ5조치의 효과도 예전처럼 `10일 천하`로 끝날 수 있다는 심리가 투자자들 사이에 엄연히 잔재해 있다.
재건축 억제가 가져올 주택공급 위축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서울, 특히 수요가 집중된 강남권에선 재건축이 신규주택 공급원의 역할을 하는 순기능을 담당하기도 했다. 따라서 보완책 없이 재건축 억제 일변도 정책만 추진되면 결국 주택공급물량 감소로 인한 주택가격 폭등 재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재고주택 관리가 필요하다 = 사회적 비용, 주변 아파트 값 연쇄상승 등을 고려해 볼 때 재건축은 되도록 지양해야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 더불어 이 조치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재고주택 관리 및 개보수 정책 수립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노후 불량주택이 신규 주택으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지 않으면 결국 도심의 슬럼화, 공급물량 감소 등의 역효과가 더 키우는 셈이다.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법으로 허용되고 있으나 활성화 되기엔 걸림돌이 너무 많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나 소요되는 비용이 거의 차이가 없다. 또 리모델링의 경우 규모에 상관없이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는 등 사실상 이점이 없는 것이다.
현재 일부 공동주택 단지를 중심으로 시공사를 선정해 놓고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 같은 문제로 인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S건설 리모델링 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 주택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며 “현재 상황에서 재건축을 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전체 리모델링 뿐 아니라 건물의 수명과 기능을 향상시키는 단순 개보수에도 주민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편 이번 기회를 계기로 정부가 재건축에 대한 명확한 정책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것. 소형주택 의무공급비율 확대가 단기적 시장 안정인지, 아니면 일관된 재건축 정책인지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시장은 다시 정책 혼선에 의해 심하게 요동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