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놓고 선발 개발도상국인 한국 정부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승수(사진) 유엔기후변화특사는 14일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끌려가지 말고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특사는 1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자 총회가 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반기문 총장이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해 최전방에서 지휘하고 있는 만큼 한국이 앞서지는 못하더라도 세계적 흐름에는 맞춰야 하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또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기후변화 산업에 관심을 쏟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접근한다면 경제와 환경을 함께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국 정부가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할 것도 당부했다. 한 특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과 멕시코만이 온실가스 의무감축국 리스트에 빠져 있어 한국이 경제규모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국제적 압력이 굉장하다”며 “차기 대통령은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리 총회는 향후 협상일정 등만 마련해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내놓았다. 그는 “발리 로드맵에 선진국이 1990년 기준으로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5~40% 감축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가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POST 2012’ 협상에 대한 의지와 향후 회의 일정을 담은 로드맵이 채택되는 것만으로도 이번 총회는 성공”이라고 말했다. 또 “로드맵만 발표되면 나머지 문제는 앞으로 일정에 따라 풀어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감축방식을 놓고 미국과 EU의 대립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국을 너무 자극하지 않는 편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총회에서 온실가스 감축방식을 의무감축이 아닌 자율적 감량을 주장, EU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