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모델 가운데 전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가 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내수시장은 2013년 기준 138만대로 중국(2,198만대)과 미국(1,588만대)은 물론이고 일본(537만대)이나 독일(325만대)에 비해서도 한참 뒤진다. 그런데도 1등 차가 나온다는 것은 국내 수입차 시장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다임러트럭이 지난 2012년 500대 한정판으로 내놓은 '악트로스 리미티드 에디션 블랙 라이너(사진)'는 우리나라에서만 지난 2월까지 162대가 팔렸다.
다임러트럭의 본고장인 독일을 포함해 전세계 시장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판매됐다. 비율로는 32.4%다. 3대 중 1대는 우리나라에서 돌아다니는 셈이다.
'블랙 라이너'는 배기량이 1만5,928cc로 최고출력은 598마력에 달한다. 차무게만 9,545kg으로 약 10톤 수준이다. 대당 가격은 2억원대다. 긴급제동장치와 차선을 밟거나 이탈했을 때 경보신호를 주는 차선이탈 방지장치, 강우량을 감지해 와이퍼 속도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첨단 기능이 들어가 있다.
다임러트럭의 고위관계자는 "한국은 오너드라이버(자영업자)가 많이 고사양의 트럭을 선호한다"며 "유럽 같은 곳은 법인이 트럭 운송업을 하는 사례가 많아 성능 대비 저렴한 모델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고급 브랜드인 벤틀리의 '플라잉스퍼'도 단일 전시장 기준으로 따지면 전세계 중 서울에서 가장 많이 나갔다. '플라잉스퍼'는 차값만 2억5,000만원에서 2억8,000만원대다. 그런데도 지난해 서울 전시장에서만 154대가 팔렸다. 벤틀리 본사 측에서도 이같은 실적을 놀라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틀리의 관계자는 "'플라잉스퍼'는 벤틀리의 다른 모델과 달리 세단형이라는 점에서 고객들의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좀더 대중적인 브랜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BMW의 '그란 투리스모(GT)'다.
'GT'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만 약 2,000대가 팔렸는데 중국(7,000대)에 이어 세계 2위다. BMW의 고향인 독일과 거대 자동차 시장 미국에서도 약 1,000대가 팔렸을 뿐이다.
'GT'는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쿠페 형태의 모습에 실용성을 겸비한 차라고 BMW는 설명했다. 8단 자동변속기와 엔진 '자동 스타트-스톱' 기능, 연료효율을 높여주는 '코스팅(Coasting)' 장치도 장착돼 있다. 배기량 1,995cc인 'ED' 모델은 7,370만원, 2,993cc인 '30d'는 8,170만원이다.
BMW의 관계자는 "'5시리즈'보다 실내 및 수납공간이 넉넉하고 가격도 경쟁력이 있다"며 "출력과 연비도 좋아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