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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수가 계속해 증가하면서 불안감이 여전하지만 "이제는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도 여기저기서 엿보이기 시작했다. 정부가 연일 총력 대응을 하겠다며 나서고 있고 전문가들도 '추가 감염 사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메르스 공포가 한층 수그러들고 있는 분위기다. "공기 감염이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잇따르면서 지하철·버스 등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 수도 크게 줄었다.
9일 서울시 송파구청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던 이달 초 구청의 여권 발급량이 평소보다 30%가량 줄어들었지만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이 6명으로 비교적 적었던 지난 5일부터 여권 신청량이 평소 수치를 회복했다. 메르스 확산으로 위축됐던 여행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게 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송파구청 민원여권과 관계자는 "여권 신청량이 평소와 비슷하다는 것은 메르스 공포로 줄어들었던 행동반경이 점차 정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태 초기에 지하철 등에서는 상당수가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이제는 그 수가 급격히 줄었다. 이날 서울역에서 오송역으로 KTX 열차를 타고 이동한 직장인 황모씨는 "오송역을 이용하는 열차 이용객의 경우 마스크를 쓴 사람은 10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주부 최수정(38·가명)씨는 지난주 메르스가 걱정돼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던 일곱 살배기 딸아이를 이날부터 다시 유치원에 보냈다. 최씨는 "아직도 메르스 유행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불안감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싶어 하고 유치원에서 발열 체크 등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해서 다시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메르스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환자의 인터뷰 기사와 메르스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각종 정보가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됐다는 시민들도 있다. 서울 강남구의 직장인 오성식(35)씨는 "메르스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는데 '독감보다 통증이 덜했고 신속하게 진단 받고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다'는 완치된 환자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다소나마 안심하게 됐다"며 "주말마다 외출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이번주 말에는 자녀와 함께 야구장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자가 발생했던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는 여전히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과외를 하고 있는 이모(33)씨는 "메르스 초기 전전긍긍하던 강남의 학부모들은 집으로 외부인이 오는 것 자체를 꺼려 당분간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학부모들은 여전히 많이 불안해 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유행이 완전히 수그러들 때까지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며 차분히 대응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