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환호 뒤에는 패자의 아쉬움이 있게 마련이다.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제73회 마스터스골프대회에서는 준우승한 노장 케니 페리(미국)가 챔피언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 못지않은 집중조명을 받았다.
48세 6개월의 페리는 대회 최종라운드 16번홀까지 2타 차 선두를 달렸으나 마지막 2개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결국 연장전 패배를 당하는 불운에 울었다.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페리가 마스터스에서 최고령 우승자가 될 뻔했다가 ‘최악의 낙담자’ 대열에 합류했다면서 대표적인 ‘메이저 대회 참사(?)’들을 소개했다.
장 반 데 벨데(프랑스)는 1999년 커누스티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 마지막날 다 잡았던 클라레저그(브리티시오픈 우승컵)를 놓쳤다. 18번홀에서 더블보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던 그는 ‘배리 번’이라는 개울에 세번째 샷을 빠뜨려 트리플보기를 범했고 결국 연장전에 끌려가 폴 로리에게 무릎을 꿇었다. 바지를 걷어올린 채 개울에 서 있는 낙담한 표정의 사진은 유명하다.
‘백상어’ 그레그 노먼은 1996년 마스터스 최종일에 몰락했다. 6타 차 선두로 기세등등하게 출발한 그는 78타를 쳤고 경기가 끝난 뒤 우승자 닉 팔도에게 5타나 뒤졌다.
브리티시오픈에서 5승을 거둔 톰 왓슨(미국)도 1978년 오크몬트에서 펼쳐진 미국프로골프(PGA)챔피언십에서는 악몽을 경험했다. 5타 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그는 73타를 쳐 66타를 치고 올라온 존 매허피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한 뒤 연장전에서 패했다.
또 아널드 파머(미국)는 1966년 US오픈에서 마지막 9홀을 남기고 7타나 앞서다 빌리 캐스퍼에게 추격 당해 결국 연장전에서 졌다. 이 밖에 1992년 브리티시오픈 최종라운드 17번홀에서 70㎝ 버디 퍼트를 실패해 우승을 놓친 존 쿡(미국), 2003년 브리티시오픈 때 4홀을 남기고 3타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토머스 비욘(덴마크) 등도 불운의 희생양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