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합사 명단서 가족 이름 빼달라

강제동원 한국인 피해자 유족, 도쿄법원에 합사철회·손배소

"오빠의 명예를 회복하고 부모님의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야스쿠니신사 합사자 명단에서 오빠의 이름을 빼야겠습니다."

22일 태평양전쟁 중 강제동원됐다가 야스쿠니신사에 무단으로 합사된 한국인 피해자 유족들이 도쿄 한복판에서 고인의 명예회복을 부르짖었다. 오빠가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남영주(74)씨 등 유족 27명은 이날 도쿄지방법원에 합사 철회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남씨의 오빠 대현씨는 20세 무렵에 일본군에 끌려갔다. 이후 남양군도에 있다는 편지와 사진을 한장을 보내고 소식이 끊겼다. 일본이 패전하고 나서도 오빠의 소식을 알 수는 없었고 아들 걱정에 앓아 누운 어머니는 광복 이듬해에 세상을 떠났다.

남씨는 "아버지가 오빠를 찾으려고 백리, 이백리를 마다하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니다 끝내 오빠 소식을 듣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오빠가 남양군도에서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는 기록을 2003년에서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빠의 이름을 꼭 빼야 부모님에게 면목이 서고 동생으로서 할 일을 하는 것 같다"며 "억울한 심정을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박남순(70)씨는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 만수(1920년생)씨가 남양군도에 끌려가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 이름만 빼준다면 야스쿠니신사에는 오라고 해도 오지 않을 것"이라며 "유골이라도 찾아서 편안하게 모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박기철(70)씨도 "A급 전범이 있는 신사에 아버지가 있을 이유가 없다"며 살아서 만나지 못한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들 유족은 '침략신사 떼거리 참배 그만하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야스쿠니신사를 찾았다. 신사 측은 "신사는 참배하는 곳이지 항의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이들을 제지하고 진입을 막았다.

또 '고인의 합사를 철회해달라'는 서신은 받아들였지만 '항의 자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매정하게 답변했다.

앞서 이희자씨 등 강제동원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임에도 야스쿠니에 합사된 김희종씨가 합사 취소를 요구하면서 야스쿠니신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도쿄지법은 2011년 7월21일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판결은 23일 선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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