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ㆍ감찰본부(본부장 박한철 검사장)는 김용철 변호사가 앞서 밝힌 4개의 차명계좌 외에 차명으로 의심되는 계좌들을 무더기로 발견해 추적 중이다.
검찰은 또 지난 26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7~8명을 출국금지시킨 데 이어 삼성 관계자들을 추가로 출국금지시켰으며 삼성 본관에 대한 압수수색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ㆍ감찰본부 김수남 차장검사는 29일 “김용철 변호사가 자신 명의의 또 다른 차명계좌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전국 87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조회를 요청했고, 이중 일부 금융회사로부터 김용철 명의의 계좌가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차장검사는 “이 계좌들은 주로 서울 지역 은행ㆍ증권사 등에서 발견됐으며 입출금 등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하고 김 변호사에게 확인작업을 거쳐야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날 조사를 받기 위해 오후3시께 검찰에 들어온 김 변호사는 “차명계좌가 수십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이 확인 중인 계좌는 김 변호사가 삼성에 입사한 지난 97년 8월부터 최근까지 개설된 것들이다. 앞서 김 변호사는 우리은행 삼성동지점에 자신 명의의 계좌 2개와 굿모닝신한증권에 개설된 계좌가 삼성그룹의 비자금을 숨겨둔 차명계좌이며 자신 명의의 차명계좌가 추가로 더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일부 삼성 관계자들을 추가로 출금 조치했다. 검찰은 특히 이번 출금 조치 과정에서는 이 회장 일가의 미술품 구매 의혹이 불거져나온 김 변호사의 ‘마지막 기자회견’을 참조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 부인 홍라희씨,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등에 대한 출금 가능성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또 삼성 본관과 계열사 등의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필요한 것은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삼성 비자금 의혹을 고발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해 “특검 가동 전까지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해달라”며 검찰의 강력한 수사를 재차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