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바닥쳤나] "전셋값 치솟아 매매와 격차 줄었다" 세입자들 매수 움직임

소형 아파트 중심 문의·거래 늘어나
강남권은 격차 여전… 대출 부담에 잠잠
"경제 불투명… 바닥 확신 이르다" 진단도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수도권 외곽 신도시와 서울 강북 지역 등을 중심으로 일부 매매 수요가 살아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혼부부 등의 수요가 몰리는 경기 평촌신도시 전경. /사진=서울경제DB



"매수세는 여전히 미미합니다. 하지만 수요자들의 심리는 조금씩 움직이는 기미가 보이네요."(경기 수원 영통 H공인 관계자)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4년여 동안 계속된 부동산 거래 침체의 끝이 조금씩 보이는 분위기다. 국지적이기는 하지만 주택 구매를 조심스럽게 저울질하는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다.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 외곽에서는 제한적이나마 전세 수요의 매수세 전환 움직임도 나타나는 추세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본격적인 국면전환은 아니지만 전세가 상승ㆍ거주 불안으로 일부 세입자들이 주택구입을 고려하려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불투명한 경제 여건 때문에 아직 바닥을 다졌다고 확신하기에는 다소 이르다"고 진단했다. ◇없는 전세매물 찾느니 차라리 살까=서울 등 수도권의 전반적인 거래 상황은 아직 회복으로 단정 짓기에는 이르지만 조금씩 지표ㆍ심리적인 변화가 엿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신고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1만5,60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에 가까운 92.9%나 늘었다. 이 중 서울은 4,319건으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03.4%, 전월 대비 22.1% 증가했다. 거래가 활기를 띠었던 2006년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거래량이지만 수요자들의 변화 심리가 엿보인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관측했다. 이 같은 변화는 서울 강북권이나 수도권 일대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서울 중계동 마들공인 관계자는 "최근 소형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 수요를 저울질하는 문의전화가 늘어나고 있다"며 "제한적이나마 매매 거래도 이뤄지는 추세"고 말했다. 시세보다 500만~1,000만원 정도 낮춘 소형아파트는 이따금 실수요 위주의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동안 가격 하락폭이 컸던 경기 용인이나 일산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용인 수지의 P공인 관계자는 "전용 60㎡ 아파트는 매매와 전세가 차이가 4,000만~5,000만원밖에 안되다 보니 매매로 돌아서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며 "이달 들어 중개업소마다 3~4건의 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일산신도시 W공인 관계자는 "전세 물건 찾기가 워낙 힘들다 보니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는 이따금 매매로 전환하는 세입자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소형 아파트의 경우 전셋값 상승으로 매매와 전세 격차가 많이 줄어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수심리를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은 치솟은 전셋값과 전세매물 부족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과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8월 기준 현재 서울의 전세가율은 48.9%로 50%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지만 2006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수도권의 경우 이미 전세가율이 50%를 넘어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매매 전환의 터닝포인트로 보는 60%를 훌쩍 넘긴 곳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사 수요가 몰리는 오는 10~11월이 시장 전환기가 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서울 공덕동 천리안공인의 손태명 사장은 "현재 수급 상황으로는 방학 이사 수요가 몰리는 11월까지 전세난이 풀리기 힘들다"며 "어느 정도 매매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권은 대출 부담에 여전히 잠잠=외곽권과 달리 강남권 등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전세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지역 아파트의 전세와 매매가의 평균 격차가 3억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4,373만원, 평균 전세가격은 2억5,615만원으로 가격 차이가 2억8,758만원이다. 특히 강남 11개 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5,223만원, 평균 전세가격은 2억 9,610만원으로 가격 차이가 3억5,613만원에 달한다. 수도권의 웬만한 중소형 아파트 매매 가격만큼 차이가 벌어지는 셈이다. 김재언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전세가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진다 해도 주택을 구매하려면 수억원의 대출을 일으켜야 하는데 최근과 같은 경기 상황에서는 쉬운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강남에서 신규 입주하는 아파트의 매매 전세 가격을 보면 전세가율이 60%에 가까운 단지도 절대금액 차이는 수억원에 달한다. 이달 강남구 청담동에서 입주하는 청담 자이 112㎡형(공급면적)의 경우 매매 가격이 15억원 수준, 전세가격이 8억원으로 가격 차이가 7억원에 달한다. 다소 극단적인 사례기는 하지만 서울 강북에서도 새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3억~4억원이 넘는 사례가 빈번하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그동안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하고 서울, 특히 강남권 집값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며 "거래 회복은 상대적으로 매매와 전세 가격차가 적은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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