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포기각서 요구따라 김 회장 거취 관심/불동산매각 구체화인원감축 확대 주문도기아그룹의 채권금융기관들이 22일 최대 1천6백억원의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함에 따라 기아그룹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이날 긴급자금지원을 결의한 10개 은행 은행장들은 한결같이 기아그룹 현 경영진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책임을 묻는다』는 입장을 정리, 향후 기아그룹 처리과정이 주목된다.
오는 30일 열리는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에서 기아그룹 경영진에 대한 책임추궁의 강도가 구체적으로 결정되겠지만 주요 채권은행장들이 이미 「경영권포기각서제출」을 결정해놓은 상태여서 책임추궁은 곧 경영진퇴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유분산이 잘 된 기업인만큼 진로나 대농그룹처럼 주식포기각서를 요구할 수는 없지만 그룹을 이 지경으로 내몬 경영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 경영권 포기각서를 받아내야한다는 입장이다. 김선홍 기아그룹 회장의 거취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자금관리단 파견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껏 지원한 자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는 일을 막고 자구계획의 이행도 점검하는 조치라는게 채권금융기관들의 설명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법정관리나 은행관리와 다를 바 없다.
지난 21일 기아그룹이 제출한 자구계획서에 대해서도 금융권의 불만이 적지않다. 「임원 30%, 간부사원 18% 감축」이라는 기아측의 계획에 대해 감축임원을 좀 더 늘리고 구체적인 시한도 설정하라는 주문을 내놓았다. 부동산 매각도 내용을 자세히 밝히고 시한을 제시하도록 했다. 늦어도 8월말까지는 인원감축과 부동산 매각을 끝내야한다는게 은행권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또 기아그룹이 자구계획에서 제외해놓은 아시아자동차를 매각대상으로 제시하며 구체적인 계획서를 제출토록 했다. 이런 요구는 곧 「자구의 강도를 훨씬 높여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기아그룹의 회생을 위해서는 당장 기아 계열사와 임원들은 보유주식을 채권금융기관에 내놓아야할 처지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기산이 보유한 4.79%, 임원들이 보유한 0.8%가 주식담보대상이며 아시아자동차는 기아자동차가 보유한 28.28%, 기아정기의 0.8%, 임원진의 0.4%가 담보대상이다.<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