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의도 공원에 옮겨 심고 있는 소나무는 필시 심산유곡에서 자라던 소나무일것이다. 몸통은 가늘고 키는 크다. 굵게 힘차게 뻗은 가지는 별로 없고 단지 꼭대기 부분에 마치 작은 우산을 펼친 듯 몇 가닥의 가느다란 가지가 뻗어 있을 뿐이다. 빽빽히 들어선 다른 나무를 비집고 햇빛을 받느라 키 크게 그러나 가늘게 자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소나무가 지금 여의도 공원 여기 저기에 많이 옮겨 심어지고 있다. 키가 커서 눈에 잘 띄어 그런지 그런 소나무가 온통 여의도 공원을 다 차지하고 있는듯이 보인다. 여의도 공원은 아무래도 소나무 공원이라고 불러야겠다.
소나무를 많이 심자는 공원 설계가 혹시 애국가의 한 구절을 따서 소나무로 민족의 기상을 상징하자는 뜻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설사 그 뜻이 가상하다 하더라도 지금 여의도 공원에 옮겨 심고 있는 소나무들은 볼품이 없다. 가난스러워 보이기도한다.
소나무는 산에서 자라야 제격이다. 밀집하여 울창한 송림을 이룬다면 시들지 않는 푸른 생명력을 족히 상징할 만하며 단애를 딛고 홀로 낙낙장송으로 자란다면 백절불굴의 기상을 표시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산이 아닌 밋밋한 평지로 내려오면 소나무의 기상은 상하기 쉽다. 평지에서 자라더라도 해송이라면 모진 해풍을 이겨낸 품격을 지닐 수 있다. 그러나 산에서 밀집하여 자라던 소나무를 평지에 그것도 듬성 듬성 심어놓고 보니 그 모습이 매우 앙상하다. 언제 저 소나무들이 자라서 낙낙장송이 될꼬. 그렇게 자라기는 애당초 틀린것 같다.
소나무의 아룸다움을 따지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공원의 주조(主調)나 특색을 따지자는 소리도 아니다.
여의도 공원의 백년 뒤를 생각한다면 그런 소나무를 심는것이 아무대도 잘못된 것 같아 하는 소리이다. 크고 울창하게 자라는 나무를 골라서 지금 심는다면 백년뒤엔 여의도 공원은 틀림없이 도심속의 큰 숲을 이룰 것이다. 외국 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드리 거목이 여의도 공원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렇게 빈약한 소나무를 심고서는 거목의 숲을 기대할 수는 없다. 심는 수종을 잘못 선택했다기보다 애시당초 백년 뒤를 내다보는 안목이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 하는 소리이다.
하긴 정치고 경제고 또 교육이고 간에 백년은 고사하고 1년 뒷일조차 살피지않는 것이 우리네의 통폐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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