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자체 환승할인 정산 티격태격

경기도 "지역사업자가 맡아야" 1년째 수수료 지급 거부하자
서울시 사업자가 소송 걸어
인천시까지 "못 주겠다" 압박… 갈등 깊어지면 환승차질 우려


버스ㆍ지하철 환승 할인 정산 수수료를 놓고 서울시와 경기도ㆍ인천시 등 수도권 '빅3' 지방자치단체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 지자체를 오가는 승객이 하루 수백만명에 달하는데 자칫 갈등의 골이 깊어져 환승 차질로 이어질 경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서울시와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자체별 교통카드사업자들은 2007년 7월 서울과 경기ㆍ인천을 오가는 승객의 경우 통합환승할인제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서울시 교통카드사업자는 한국스마트카드이고 경기도와 인천시는 이비카드다.

당시 서울시와 경기도ㆍ인천시는 한국스마트카드가 통합환승 정산업무를 맡아 하기로 서로 합의했다. 정산업무는 버스ㆍ지하철 환승 승객이 어디서 타고 내렸는지, 몇 번 버스나 몇 호선 지하철을 갈아탔는지 등의 데이터를 취합해 이를 토대로 각자 해당 버스조합과 지하철공사에 요금을 배분하는 것이다. 한국스마트는 정산업무를 해주는 대가로 경기도와 인천시의 지역교통카드사업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아왔다. 경기도로부터는 연간 15억원, 인천는 10억원가량 된다.

경기도는 그러나 자신의 지역사업자가 정산업무를 맡아야 한다며 1년째 수수료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서울시 사업자인 한국스마트카드는 경기도를 상대로 통합정산수수료 보수금 청구 소송을 냈고 조만간 첫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자체 간에 합의한 사항인데다 지금까지 계속 해오던 업무니까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기도는 이비카드가 할 수 있는데 연간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줘가며 서울시에 맡길 필요가 있느냐며 버텨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특히 경기도는 통합정산업무를 서울시에 내주면 교통체계 관련 업무가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내부적으로도 수수료 지급을 놓고 도와 사업자가 갈등을 보이면서 일이 더 꼬였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 교통카드사업자인 이비카드도 수수료를 못 주겠다고 서울시를 압박하고 나섰다. 한국스마트카드 관계자는 "인천시도 수수료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의사를 알려와 현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까지 소송에 나서면 수도권 빅3 지자체가 시민의 환승 할인을 볼모로 서로 이전투구를 벌이는 꼴이 된다.

이번 갈등으로 서울시 사업자가 당장 통합정산시스템을 꺼버려 환승 대란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 한국스마트카드는 민간기업처럼 운영되지만 서울시가 지분 36%를 가지고 있고 교통 관련 정책에서는 서울시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스스로가 파국을 자초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사업주체인 한국스마트카드 내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국스마트카드 관계자는 "이제 와서 정산업무를 가져가겠다며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통합정산업무를 타 지자체에 넘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가져갈 능력이 있으면 가져가 보라는 통첩인 셈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서울시와 경기도ㆍ인천시 등 광역지자체 통합 환승데이터는 하루 수천만건이 넘는데 이를 처리할 시스템을 갖춘 곳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이고 이를 운영해온 수년간의 노하우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하우를 갖추지 못한 사업자가 정산업무를 했다가는 시스템 오류 등으로 환승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 등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원 판결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통합정산업무를 맡을 능력 등을 따져보면 다른 지자체가 맡기는 사실상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지금까지의 룰(서울 사업자 주도)을 깨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사실상 통합정산업무를 내놓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해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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